투잡 뛰는 트럼프?…대통령이 시상식 마이크 잡은 이유
윤태희 기자
업데이트 2025 12 24 16:06
입력 2025 12 24 16:06
나비넥타이 매고 ‘MC 예고’…실제론 클로징 멘트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에서 열린 2025 케네디센터 공로상 행사에 턱시도 차림으로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말 대중문화 시상식 무대에 직접 올라 ‘깜짝 진행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외신들은 대통령이 자신의 이름을 붙인 문화행사에 참여하며 정치와 대중문화의 경계를 다시 흐렸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CBS가 방영한 ‘트럼프-케네디센터 공로상’ 일부를 진행했다. 제작진은 7일 워싱턴DC의 케네디 공연예술센터에서 열린 행사를 녹화해 이날 방송으로 내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상식 도중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리 녹화한 영상으로 수상자를 소개했다. 그는 방송 말미에 나비넥타이를 맨 턱시도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저녁이었고 대단한 관객과 함께했다”며 “오늘의 수상자들은 이보다 더 훌륭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말 ‘트럼프-케네디센터 공로상’ 방송을 앞두고 트루스소셜에 올린 게시물. 그는 “거의 모든 미국인의 요청에 따라 내가 행사를 진행한다”며 “MC를 전업으로 해도 되겠느냐”고 농담을 던졌다. 트루스소셜 캡처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거의 모든 미국인의 요청에 따라 MC를 맡았다”고 예고했다. 그는 “정말 잘하면 전업 사회자가 되기 위해 대통령직을 떠나도 되겠느냐”고 농담을 던지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실제 방송에서 그는 주로 사전 녹화 영상으로만 참여했고, 현장 발언은 클로징 멘트에 그쳤다.
CNN은 “행사는 기존 포맷을 유지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상징적 역할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통령이 자신의 이름을 건 문화행사 무대에 오른 장면 자체가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 ‘MC’ 예고했지만 클로징만…스탤론·키스 등 수상자 면면도 주목
트럼프 대통령은 방송 전 적극적인 진행을 암시했지만, 실제로는 녹화 영상 소개와 마지막 인사말에 그쳤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전면 진행보다는 상징적 등장에 방점을 찍었다”고 평가했다.
제작진은 올해 공로상 수상자로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 브로드웨이 배우 마이클 크로퍼드, 하드록 밴드 키스, 컨트리 가수 조지 스트레이트, 디스코 가수 글로리아 게이너를 선정했다. 스탤론은 ‘록키’와 ‘람보’ 시리즈로 명성을 쌓았고,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도 두텁다.
외신들은 스탤론의 수상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문화적 동맹을 드러낸 선택”이라고 해석했다. 제작진은 당초 톰 크루즈를 후보로 올렸으나, 그는 일정 문제를 이유로 수상을 고사했다.
◆ 이름 변경 논란, 문화행사 넘어 정치 쟁점으로
미국 워싱턴DC의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 외벽에서 작업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이 새로 추가된 간판을 설치하고 있다. 케네디센터 이사회는 전날 기관 명칭을 ‘도널드 J. 트럼프·존 F. 케네디 기념 공연예술센터’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2025년 12월 19일. 로이터 연합뉴스
케네디센터 이사회는 18일 센터 명칭을 ‘트럼프-케네디센터’로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직후 이사회 의장을 맡았고, 진보 성향 이사들을 해촉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 조이스 비티 하원의원은 “의회 승인 없이 법에 명시된 명칭을 변경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P통신은 “미국 대통령이 문화예술 기관의 명칭과 운영에 직접 개입한 사례는 드물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이번 시상식을 연말 문화행사이자 정치적 상징 이벤트로 규정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이 화제를 모은 동시에 공공 문화기관의 정치화 논란도 키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