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악어도 못 막았다…美, 괴물 비단뱀에 결국 인간 투입
윤태희 기자
업데이트 2025 12 26 16:08
입력 2025 12 26 16:08
에버글레이즈 침입종 비상…악어 이어 사냥팀·로봇까지 동원
미국 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에서 대형 악어가 자신보다 훨씬 긴 버마비단뱀의 사체를 입에 문 채 물길을 가로지르고 있다. 해당 영상은 2024년 11월 현지 투어 가이드에 의해 촬영돼 지난해 미국 언론에 소개된 뒤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나폴리 데일리 뉴스 보도·영상 갈무리
거대한 악어가 자신보다 훨씬 긴 버마비단뱀을 물고 에버글레이즈 수로를 가로지르는 장면은 야생의 힘을 상징하는 듯하다. 현지에서 ‘고질라’로 불린 이 악어의 모습은 지난해 플로리다에서 촬영돼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이 장면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지역지 나폴리 데일리 뉴스는 해당 영상이 2024년 11월 추수감사절 당일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샤크밸리 전망대 인근에서 촬영됐다고 전했다. 길이 약 3~3.6m로 추정되는 대형 악어는 자신보다 거의 두 배에 달하는 버마비단뱀의 사체를 입에 문 채 물길을 가로질렀다. 현장에 있던 관광객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영상을 촬영한 가이드는 “이 정도 크기의 비단뱀은 처음 본다”고 밝혔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포획된 대형 버마비단뱀. 현지 사냥팀이 산란 중이던 암컷 개체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촬영된 장면으로, 비단뱀 확산을 막기 위한 당국의 개체 수 통제 작업 일환이다. 쿨다운(TCD) 보도·영상 갈무리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이 장면을 자연 속 포식 관계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훨씬 심각해졌다. 환경 전문 매체 쿨다운(TCD)은 같은 날 플로리다에서 인간 사냥팀이 직접 거대한 비단뱀을 제거하는 장면을 보도했다. 영상에는 수풀 아래 숨어 있던 암컷 비단뱀을 포획하는 과정이 담겼다. 사냥팀은 뱀의 몸 아래에서 수십 개의 알을 발견했다.
전문가들은 산란 중인 암컷 한 마리를 제거하면 수십 마리의 개체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 영상에는 “잘했다” “교육과 봉사에 감사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많은 시청자가 현장 대응에 지지를 보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현지 사냥팀이 산란 중이던 암컷 버마비단뱀을 포획하는 과정에서 수십 개의 알이 드러나는 장면. 해당 영상은 침입종 비단뱀 제거 작업을 담은 소셜미디어 게시물 일부를 GIF로 편집한 것이다. 인스타그램 @crittercatchermeg 영상 갈무리
버마비단뱀은 애완용으로 반입됐다가 야생에 정착한 대표적 침입종이다. 현재 에버글레이즈 전역에 퍼져 있다. 연구진은 이 비단뱀이 소형 포유류 개체 수를 90~99%까지 감소시켰다고 분석했다. 자연 포식자인 악어만으로는 개체 수 증가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플로리다 당국은 대응 방식을 바꿨다. 남부 플로리다 수자원관리청은 체온과 냄새 움직임을 실제 토끼처럼 구현한 태양광 로봇 ‘습지 토끼’를 현장에 투입했다. 이 장치는 비단뱀을 유인한다. 비단뱀이 공격하면 위치를 즉시 파악한다. 야생동물 팀은 그 신호를 토대로 출동해 포획에 나선다.
전문가들은 악어가 비단뱀을 물고 가는 장면은 강렬하지만 그것만으로 생태계 균형을 회복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침입종 문제는 이미 자연에 맡길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는 것이다. 1년 전 ‘고질라’ 악어의 장면이 다시 회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간은 흘렀지만 에버글레이즈의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