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꿈꿨던 섬, 왜 멈춰 섰나”…NYT가 본 중국 부동산의 현실

헝다 붕괴 이후 드러난 중국 부동산 위기의 민낯

중국 하이난성 앞바다에 조성된 인공 군도 하이화다오(海花岛·오션 플라워 아일랜드) 전경. ‘중국판 두바이’를 표방하며 대규모 개발이 추진됐지만, 상당수 주거·상업시설이 미완 상태로 남아 중국 부동산 위기의 상징으로 거론되고 있다. SNS 영상 캡처


중국 남중국해 하이난성 앞바다에 조성된 인공 군도 하이화다오(海花岛·오션 플라워 아일랜드)가 중국 부동산 위기의 상징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때 ‘중국판 두바이’를 내세우며 막대한 자금과 기대가 몰렸지만, 지금 섬에는 미완의 건물과 텅 빈 상업시설만 남았다.

뉴욕타임스는 20일(현지시간) “거대한 쇼핑몰에는 상점이 없고, 테마파크에는 방문객이 드물며 고층 아파트 단지는 절반만 지어진 채 멈춰 섰다”며 “정리되지 못한 이 프로젝트가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왜 쉽게 끝나지 않는지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막대한 자금과 희망이 잔해에 얽혀 있어 빠르게 치우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 두바이를 꿈꿨던 섬, 왜 멈춰 섰나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 본사 외벽에 회사 로고가 걸려 있다. 헝다는 법인 자체는 남아 있지만 막대한 부채로 정상적인 부동산 개발·분양 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로, 구조조정과 정리 절차가 이어지며 중국 부동산 위기의 상징적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 사업은 2021년 3000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330조~360조 원)가 넘는 부채로 붕괴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이 주도했다. 헝다는 약 120억 달러(당시 13조~14조 원)를 투입했지만, 애초 제시한 총사업비 230억 달러(당시 25조~27조 원)에는 크게 못 미쳤다. 최대 20만 명 수용을 목표로 한 주거·관광 단지는 자금 부족 속에 멈췄고, 실제로 인도한 아파트는 약 6만 가구에 그쳤다.

공사는 곳곳에서 중단됐다. 일부 건물은 콘크리트 기초만 남았고, 완공 직전이던 39개 고층 동은 판매조차 하지 못한 채 방치됐다. ‘건설하면 수요가 따른다’는 확신이 과도한 차입을 부추겼고, 2021년 중국 정부가 개발업체 대출을 강하게 조이자 자금줄은 급격히 말랐다. 국유 은행 중심의 신용 공급이 끊기면서 프로젝트도 함께 멈췄다.

쉬자인 중국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 창업자 겸 전 회장. 한때 중국 최고 부호로 꼽혔으나, 헝다의 부채 위기 이후 금융 사기 등 혐의로 수감 중이다. AP 연합뉴스


이 과정의 중심에는 헝다그룹 창업자 쉬자인이 있었다. 한때 중국 최고 부호였던 그는 금융 사기 등 혐의로 수감 중이다. 사업을 승인했던 지역 정치권 역시 부패 혐의로 잇따라 처벌을 받았다.

◆ 지방정부가 떠안은 유령섬, 그리고 남은 기대

중국 하이난성 단저우 앞바다에 조성된 인공 군도 하이화다오(海花岛·오션 플라워 아일랜드) 프로젝트 조감도. ‘중국판 두바이’를 표방하며 대규모 관광·주거 단지로 개발이 추진됐으나, 현재는 상당 부분이 미완 상태로 남아 있다. 하이화다오 홈페이지


현재 하이화다오의 관리 주체는 하이난성 단저우시 정부다. 당국은 이곳을 ‘독특한 라이프스타일 단지’로 내세워 관광객과 신규 거주자를 끌어들이려 한다. 그러나 상주인구는 초기 분양자 수천 명 수준에 머문다. 두바이 팜 주메이라처럼 글로벌 부유층을 끌어들이는 데는 실패했고, 실제 거주자는 겨울을 따뜻한 남쪽에서 보내려는 북부 출신 은퇴자가 대부분이다.

섬에는 유령 같은 풍경이 이어진다. 객실 5100개의 초대형 ‘오우바오(欧堡·더 캐슬)’ 호텔은 성수기 패키지 관광객을 제외하면 대부분 비어 있다. 유럽풍 쇼핑 거리는 영화 세트장처럼 텅 비었고, 고급 빌라는 일부 노동자들의 임시 숙소로 변했다. 결혼사진 촬영용으로 지은 가짜 교회 광장은 조명 쇼 무대로 쓰인다.

그런데도 희망을 말하는 이들은 남아 있다. 부동산 중개인들은 “가격이 바닥을 다졌다”고 말하고, 은퇴자들은 “향후 10년간 은퇴 인구가 3억 명에 이른다”며 “그중 1%만 이곳을 선택해도 성공”이라고 주장한다. 하이화다오는 중국 부동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쉽게 지워지지 않는 기대를 동시에 품은 채 오늘도 남아 있다.

국내에서도 대규모 개발이 초기 수요 예측에 실패해 조정 국면을 겪은 사례는 있었지만, 금융 규제와 분양 관리 장치로 민간 개발사의 붕괴가 중국처럼 통제 불능 상태로 번진 경우는 드물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