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걸로 번 돈, 사채로 불렸다…인도서 드러난 ‘동정심 장사’의 민낯
윤태희 기자
업데이트 2026 01 26 23:09
입력 2026 01 26 23:09
장애를 앞세운 구걸에서 사채·복지 논란까지, 인도 사회를 흔든 한 사건
인도 중부 마디아프라데시주 인도르에서 구걸 행위로 적발된 망길랄이 당국의 보호시설에서 촬영된 모습. 그는 수년간 거리에서 구걸하는 한편 사채업을 병행하며 여러 채의 주택과 차량을 소유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NDTV 화면 캡처
인도 중부의 한 도시에서 수년간 구걸해온 남성이 사채업으로 거액의 재산을 축적한 사실이 드러나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인도 현지 언론인 NDTV와 인디언 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마디아프라데시주 인도르 시내에서 구걸하던 50대 남성 망길랄은 낮과 밤이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2021년 무렵부터 인도르의 대표적인 상업 지역인 사라파 금시장 인근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체 장애로 거동이 불편한 망길랄은 바퀴가 달린 철제 판 위에 앉아 시장 골목을 오가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인도 마디아프라데시주 인도르의 사라파 시장 인근에서 망길랄이 바퀴가 달린 판 위에 앉아 구걸하던 모습. 그는 말을 걸지 않는 방식으로 동정심을 유도해 왔다. 현지 영상 캡처
그는 돈을 직접 요구하지 않는 방식으로 구걸했다. 말을 걸거나 손을 내밀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자리를 지키며 이른바 ‘침묵의 구걸’ 방식으로 동정심을 자극했다. 그 결과 하루 400~500루피(약 6200~7800원)를 손에 넣었다.
이는 인도 현지의 일반적인 일용 노동자 임금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인도르가 속한 마디아프라데시주에서 미숙련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법정 최저임금은 하루 467루피(약 7300원)로, 망길랄의 구걸 수입은 최저임금과 거의 같았다. 당국은 그의 구걸을 단순 생계형이 아니라 일정한 수입을 전제로 한 행위로 판단했다.
◆ 말없이 번 돈, 해가 지면 ‘사채 종잣돈’으로
인도 중부 인도르에서 구걸 행위로 적발된 망길랄이 보호시설에서 현지 방송과 인터뷰하는 모습. 당국은 그의 구걸 수입과 사채업 활동, 재산 형성 과정을 조사하고 있다. 현지 방송 영상 캡처
해가 지면 그의 생활은 완전히 달라졌다. 망길랄은 낮에 모은 돈을 생계비로 쓰지 않고 사채업의 종잣돈으로 돌렸다. 그는 사라파 지역 상인들에게 단기 대출을 해주고 하루 또는 일주일 단위로 이자를 거뒀다.
당국은 그가 지금까지 수십만 루피를 빌려줬으며 이자 수입만으로 하루 1000루피(약 1만 5700원) 이상을 벌어들인 날도 적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현지 미숙련 노동자 하루 최저임금의 2배 이상에 이르는 수준으로, 그는 구걸보다 사채업에서 훨씬 안정적인 수익을 올렸다.
◆ 집 세 채·차량까지…복지 악용 의혹도
망길랄은 이런 방식으로 적지 않은 재산을 축적했다. 그는 3층짜리 건물을 포함해 주택 세 채를 소유했고, 인도에서 택시처럼 운행되는 삼륜차인 오토릭샤 세 대를 임대해 고정 수익을 올렸다. 운전사를 고용해 운영하는 승용차 한 대도 보유했다.
문제는 그가 이미 여러 채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장애를 이유로 정부 지원 주택까지 제공받았다는 점이다. 당국은 복지 제도 악용 여부를 비롯해 그의 금융 거래 내용과 가족의 구걸 연루 가능성까지 함께 조사하고 있다.
망길랄의 이중생활은 인도르 시가 추진 중인 ‘구걸 근절 캠페인’ 과정에서 드러났다. 현지 당국은 이 캠페인을 통해 수천 명의 구걸인을 취업이나 재활 프로그램으로 연계했다며 구걸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빈곤 문제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