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선을 갉아 먹는 어부들의 골칫덩이가 미래의 식량 자원으로 [고든 정의 TECH+]
입력 2023 11 26 10:27
수정 2023 11 26 10:27
배좀벌레조개는 바다로 흘러드는 나무와 식물을 분해해 생태계의 순환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과거 목재로만 배를 만들었던 시절에는 배에 구멍을 뚫는 나쁜 해충이었다. 패류의 일종이지만 목선을 훼손한다는 이유 때문에 배좀벌레라는 이름을 얻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데이빗 윌러 박사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이 배좀벌레조개를 연구했다. 끝에 조개라는 이름이 들어간 이유는 사실 조개 같은 이매패류이기 때문인데, 홍합이나 굴과 비슷하게 맛도 괜찮은 편이다. 실제로 필리핀 등 일부 국가에서는 배좀벌레조개를 요리해 먹기도 한다.
연구팀이 주목한 부분은 다른 조개류와 달리 나무를 파먹고 사는 배좀벌레조개가 단단한 껍데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껍데기를 만드는데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배좀벌레조개의 성장 속도는 굴이나 홍합보다 훨씬 빠르다. 이들은 6개월만 키워도 30cm 정도 자랄 수 있다.
다만 영어로 쉽웜이라는 명칭이 소비자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주기 때문에 연구팀은 벌거벗은 조개 (Naked clam)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제안했다. 한글로는 껍데기 없이 살만 있는 조개인 셈이라 순살 조개 같은 명칭이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명칭과 별개로 벌레 같은 외형이 마음에 들지 않는 소비자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어묵 같은 가공식품 형태로 제조하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다.
사실 인류는 가축에서 고기를 얻기 위해 엄청난 자원을 소모하고 있으며 바다에서도 막대한 양의 어류를 잡아 지구 생태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연구팀은 배좀벌레조개 같은 새로운 양식 어종이 지구 생태계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양식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