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열리더니 수십 대가”…러 ‘10조 원’ 무기 파괴한 드론 최초 공개

thumbnail - 왼쪽은 지난 1일 러시아 본토의 공군기지를 공습하려 트럭 지붕 위를 날아가는 우크라이나 자폭 드론의 모습, 오른쪽은 목조 모듈 주택으로 위장한 우크라이나 자폭 드론의 모습. 우크라이나 보안국, 친러시아 군사 블로그 캡처
왼쪽은 지난 1일 러시아 본토의 공군기지를 공습하려 트럭 지붕 위를 날아가는 우크라이나 자폭 드론의 모습, 오른쪽은 목조 모듈 주택으로 위장한 우크라이나 자폭 드론의 모습. 우크라이나 보안국, 친러시아 군사 블로그 캡처


우크라이나군이 1년 6개월을 준비한 ‘스파이더 웹’(거미줄) 작전이 펼쳐진 당시의 상황을 담은 영상이 공개됐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지난 1일(현지시간) 러시아 본토의 공군기지 4곳을 드론으로 공격했다. 공습을 받은 곳 중 하나는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주(州)에 있는 공군기지로, 최전선에서 무려 4300㎞ 떨어져 있다.

이르쿠츠크주의 벨라야 기지를 비롯해 무르만스크주의 올레냐 기지, 랴잔주의 디아길레프 기지, 이바노보주의 이바노보 기지에서 드론의 공습으로 피해를 본 무기는 A-50, Tu-95, Tu-22M 등 러시아 전략폭격기 41대에 달한다.

SBU는 트럭에 드론을 숨겨 전선에서 4300㎞나 떨어진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으로 밀반입시켰고 이후 목표물 근처까지 옮겨놓는 방법을 동원했다.

친크렘린(러시아 대통령실) 군사 블로거들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자신이 몰고 온 트럭에 우크라이나군이 심어둔 드론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러시아 트럭 운전사들이 공군기지 근처에 차량을 주차한다.

thumbnail - 트럭에서 우크라이나 자폭 드론이 날아오른 뒤 자폭하는 트럭. 러시아 매체 제공
트럭에서 우크라이나 자폭 드론이 날아오른 뒤 자폭하는 트럭. 러시아 매체 제공


이후 주차된 차량에서 원격으로 지붕이 열렸고 드론 무리가 트럭 밖으로 솟구친 뒤 곧장 공군기지 내 주요 전폭기들을 조준하고 파괴한다. 영상에서는 트럭 지붕이 열리자마자 밖으로 날아올라 표적을 향해 직진하는 드론의 모습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SBU가 공개한 사진에서는 트럭 내부에 실린 자폭 드론 117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검은색 드론들은 이동식 목조 상자에 나란히 배치돼 있으며 우크라이나군은 이 위에 구조물을 얹어 드론들을 은닉한 것으로 추정된다.

적의 치명적인 무기를 운반한 러시아인들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적(우크라이나군)의 공격 드론들을 운반해 결국 상상을 초월하는 손실을 유발한 러시아 트럭 운전사들은 현재 당국에 체포돼 조사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을 운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humbnail - 우크라이나가 이번 작전에 사용한 목재 창고. 나무 상자 안에 자폭 드론을 숨겨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으로 보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 제공
우크라이나가 이번 작전에 사용한 목재 창고. 나무 상자 안에 자폭 드론을 숨겨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으로 보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 제공


러시아 텔레그램 매체 바자에 따르면 운전기사 중 한 명인 55세 남성은 무르만스크 지역에 있는 기업인으로부터 목조 주택 주문을 받아 배송하던 중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트럭 운전사에게 전화한 남성은 “목조 주택을 주문한 기업인이 해당 물품들을 싣고 잠시 어디에 들리라고 요청했다”면서 시간과 장소를 전달했다.

트럭 운전사는 고객의 요청대로 무르만스크 비행장 인근의 주요소에 차를 세웠는데, 그때 트럭 지붕이 열리면서 드론 수십 대가 한꺼번에 날아가 공격을 퍼부었다.

thumbnail -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소식통이 1일 공개한 자료에 우크라이나 무인기(드론)가 러시아 공군 기지를 타격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SBU 제공 영상 캡처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소식통이 1일 공개한 자료에 우크라이나 무인기(드론)가 러시아 공군 기지를 타격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SBU 제공 영상 캡처


또 다른 트럭운전사 역시 목조 주택을 배송하는 임무를 맡았다가 지정된 장소에 차를 주차하는 순간 차량에서 드론이 날아올랐다고 증언했다.

드론이 숨겨져 있던 이 트럭들은 대부분 내장된 자폭장치가 터지면서 전소됐다. 러시아 당국이 향후 어떠한 증거도 찾을 수 없게 하기 위한 장치였다.

적진 한가운데서 ‘역사적 작전’ 준비한 우크라러시아 국방부는 “본토 공군 기지 5곳에 대한 공격이 있었으나 이르쿠츠크 등 2개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공격은 차단했다”면서 “소수의 항공기만 피해를 봤고 공격에 가담한 사람 몇 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으나 크렘린 내부 관계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반격할 것이며 이러한 굴욕을 초래한 담당자들은 처벌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thumbnail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자료사진. A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자료사진. AP 연합뉴스


특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1년 6개월 9일 동안 직접 지휘하고 바실 말리우크 SBU 국장이 총괄한 이번 작전의 주요 본부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사무실 인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러시아 내부는 더욱 큰 충격에 휩싸였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첼랴빈스크에 있는 FSB 본부 옆 창고에서 ‘스파이더 웹’ 작전을 준비했다고 밝혔으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두고 “완벽하게 준비된 작전”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엑스에 “‘스파이더 웹’ 작전은 온전히 우크라이나가 이뤄낸 성과로, 계획에서 실행까지 1년 6개월 9일이 걸렸다”면서 “지금 모든 것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이번 작전은 의심할 여지 없이 역사책에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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