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싸운다”…美 AI 전투 드론, 전쟁 판 흔든다

정찰 드론 넘어 전투기로 영역 확장
미 공군 ‘로열 윙맨’ 시장 본격 겨냥

thumbnail - 미국 국기 아래 전시된 차세대 전투 드론 ‘엑스밧’ 모형. 출시 트레일러 위에 설치된 형태로, 왼쪽에는 실드AI의 기존 수직이착륙 드론 ‘브이밧’이 함께 보인다. 사진=실드AI
미국 국기 아래 전시된 차세대 전투 드론 ‘엑스밧’ 모형. 출시 트레일러 위에 설치된 형태로, 왼쪽에는 실드AI의 기존 수직이착륙 드론 ‘브이밧’이 함께 보인다. 사진=실드AI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자율비행 드론의 실전 성능을 입증한 미국 방산업체 실드AI가 이번에는 전투기급 임무를 수행하는 무인 플랫폼 영역으로 보폭을 넓혔다. 실드AI는 정찰·감시 임무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조종사 탑승 없이 스스로 판단해 싸우는 완전 자율 전투 드론 ‘엑스밧’(X-BAT)을 앞세워 차세대 공중전 시장에 본격 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 경제 매체 포천은 21일(현지시간) “실드AI가 드론 소프트웨어 기업의 틀을 넘어 전투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는 분기점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 ‘가오리형’ 플라잉윙…활주로 없는 전투기 구상

thumbnail - 엑스밧의 단일 제트엔진이 ‘대시 속도’ 구간에서 최대 추력을 내는 장면. 고출력 추력편향 노즐을 통해 단시간에 최고 속도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상=실드AI
엑스밧의 단일 제트엔진이 ‘대시 속도’ 구간에서 최대 추력을 내는 장면. 고출력 추력편향 노즐을 통해 단시간에 최고 속도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상=실드AI


엑스밧은 전면이 꺾인 삼각형 형태로 꺾인 ‘크랭크드 카이트’(cranked-kite) 설계를 적용한 플라잉윙(날개일체형) 구조로, 거대한 가오리를 연상시키는 스텔스 형상이 특징이다. 활주로 없이 수직으로 이륙한 뒤 수평 비행으로 전환하는 테일시터(수직이착륙형) 방식으로 운용된다.

thumbnail - 엑스밧 전투 드론이 수직으로 착륙하는 장면. 단일 제트엔진의 추력편향(벡터링) 기술을 활용해 연료를 소모한 저출력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하강·착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상=실드AI
엑스밧 전투 드론이 수직으로 착륙하는 장면. 단일 제트엔진의 추력편향(벡터링) 기술을 활용해 연료를 소모한 저출력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하강·착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상=실드AI


엑스밧은 단일 제트엔진과 3차원 추력 편향 기술을 적용해 이륙 시에는 로켓처럼 수직 상승하고 착륙 시에는 연료 소모가 줄어든 상태에서 저출력으로 내려앉도록 설계됐다. 이는 활주로 타격 위험과 공중급유 의존도를 동시에 낮추기 위한 선택이다.

엑스밧은 고아음속 영역에서 장시간 순항하는 개념의 기체로 마하 0.3~0.8(시속 약 367~979㎞)의 속도로 비행한다. 단순한 고속 돌파보다는 장거리 침투와 임무 지속성을 중시한 설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드AI는 엑스밧의 항속거리를 3700㎞ 이상으로 제시했으며 내부 무장창과 외부 장착대를 조합해 공대공·대함·전자전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발을 진행 중이다.

◆ ‘혼자 싸우는’ 전투 드론…자율비행이 핵심

thumbnail - 엑스밧 내부에서 인공지능(AI) 자율비행 시스템 ‘하이브마인드’가 구동되는 과정을 시각화한 장면. 기체 전체에 연결된 신경망 형태의 데이터 흐름이 완전 자율 운용(Full Autonomy) 구조를 상징한다. 영상=실드AI
엑스밧 내부에서 인공지능(AI) 자율비행 시스템 ‘하이브마인드’가 구동되는 과정을 시각화한 장면. 기체 전체에 연결된 신경망 형태의 데이터 흐름이 완전 자율 운용(Full Autonomy) 구조를 상징한다. 영상=실드AI


엑스밧의 경쟁력은 실드AI가 자체 개발한 AI 자율비행 소프트웨어 ‘하이브마인드’에 있다. 기체는 레이더·적외선·전자신호 등 각종 센서 정보를 통합해 통신이 끊긴 상황에서도 스스로 판단해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thumbnail - 미 방산업체 실드AI의 정찰 드론 ‘브이밧’이 미 해안경비대 경비함 미짓함 비행갑판에서 승조원들과 함께 포착됐다. 브이밧은 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무인기로, 해상 작전 환경에서 자율비행 성능을 검증받고 있다. 포천
미 방산업체 실드AI의 정찰 드론 ‘브이밧’이 미 해안경비대 경비함 미짓함 비행갑판에서 승조원들과 함께 포착됐다. 브이밧은 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무인기로, 해상 작전 환경에서 자율비행 성능을 검증받고 있다. 포천


이 기술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운용된 소형 수직이착륙 드론 ‘브이밧’(V-BAT)으로 실전 검증을 거쳤다. 브이밧은 강력한 전파 방해 환경에서도 자율 비행을 유지하며 표적 탐지 임무를 수행했고 실드AI는 이 경험을 전투기급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 로열 윙맨 시장 정조준…가격은 5세대기의 10분의 1

thumbnail - 미국 국기 아래 전시된 차세대 전투 드론 ‘엑스밧’ 모형. 실드AI가 개발 중인 이 스텔스 드론은 제트엔진 기반 수직이착륙(VTOL) 구조와 인공지능(AI) 자율비행 기술을 결합했다. 사진=실드AI
미국 국기 아래 전시된 차세대 전투 드론 ‘엑스밧’ 모형. 실드AI가 개발 중인 이 스텔스 드론은 제트엔진 기반 수직이착륙(VTOL) 구조와 인공지능(AI) 자율비행 기술을 결합했다. 사진=실드AI


실드AI가 제시한 엑스밧의 목표 가격은 2000만~3000만 달러(약 296억~444억원) 수준이다. 이는 기존 5세대 전투기의 약 10분의 1로, 미 공군이 추진 중인 협동 전투 무인기(로열 윙맨) 개념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회사는 2026년 수직이착륙 시연, 2028년 ‘완전 임무’ 비행, 2029년 양산 착수를 목표로 개발 일정을 제시했다. 이동식 발진·회수 장비를 통해 해상이나 전진기지에서도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구상도 포함됐다.

◆ “드론 회사 아니다”…전투 플랫폼으로 체급 확대

포천은 “엑스밧은 실드AI가 자율비행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전투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상징적 프로젝트”라고 짚었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 역시 “실드AI의 최대 규모 공중 플랫폼이자 로열 윙맨 시장으로의 본격 진입”이라고 평가했다.

군사 전문 매체 워존(TWZ)은 “장거리 비행과 수직 운용, 완전 자율성을 결합한 전투 플랫폼은 전례가 드물다”며 “생산 단가를 낮출 경우 미 해·공군의 전력 운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 남은 과제와 향후 변수

다만 단발 고출력 엔진의 열 신호 관리, 해상·지상 통제체계 통합, 자율 무기 운용에 대한 윤리·법적 기준 정립은 향후 검증이 필요한 과제로 꼽힌다.

실드AI는 최근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기업가치를 56억 달러(약 8조 2874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확보한 자금을 엑스밧 개발과 하이브마인드 확장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정찰 드론으로 시작한 실드AI가 전투기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드론 회사’라는 꼬리표를 떼려는 움직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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