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퍼졌지만 보도 없었다…‘트럼프·소녀 사진’ 논란의 정체
윤태희 기자
입력 2025 12 23 21:21
수정 2025 12 23 21:21
스노프스 “진위 확인 불가”…확산된 이미지는 공식 문서서 확인 안 돼
엡스타인 파일 공개 이후 온라인에서 확산된 사진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보이는 인물과 얼굴이 가려진 소녀가 함께 등장한다. 해당 이미지의 출처와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X 사용자 @keithedwards 게시물 캡처
미 법무부가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자료를 공개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 소녀와 함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일부 게시물은 “공개 과정에서 삭제되지 않은 사진”이라며 의혹을 제기했지만, 주요 외신은 해당 이미지를 사실로 보도하지 않았다.
미국의 팩트체크 전문 매체 스노프스는 23일(현지시간) “엡스타인 파일 공개 이후 온라인에 퍼진 해당 사진이 실제라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엡스타인 파일 공개 이후 확산된 사진 일부. 오른쪽 상단의 날짜·시간 표기가 불분명해 조작 또는 편집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사진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X 사용자 @keithedwards 게시물 캡처
문제의 사진은 사설 제트기 내부로 보이는 공간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얼굴이 가려진 소녀가 함께 있는 장면을 담고 있다. 그러나 사진 오른쪽 상단에 표시된 날짜와 시간 표기는 비정상적이며 원본 출처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스노프스는 “카메라 오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됐거나 의도적으로 편집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현재로서는 어느 쪽도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엡스타인 파일 관련 의혹을 다룬 유튜브 채널 화면. 문제의 사진은 영상 썸네일로만 사용됐으며, 출처와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유튜브 계정 @keithedwards 화면 캡처
해당 이미지는 엑스(X·옛 트위터)와 유튜브를 운영하는 한 개인 계정을 통해 처음 확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계정은 자극적인 이미지와 문구를 썸네일에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등 주목도를 높이는 방식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게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스노프스는 “문제의 이미지는 영상 썸네일로만 사용됐고, 실제 영상 본문에서는 제시되지 않았다”며 “사실 전달보다는 조회 수를 염두에 둔 연출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 주요 외신, 사진 자체는 다루지 않아
‘트럼프’ ‘아동’ ‘엡스타인’ ‘전용기’ 등을 키워드로 한 구글 검색 결과 화면. 주요 외신 보도는 엡스타인 파일 공개와 관련한 논란을 다루고 있으나, 문제의 사진 자체를 사실로 전한 보도는 확인되지 않는다. 구글 검색 결과 화면 캡처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미 법무부가 일부 자료를 삭제했다가 복원한 사실, 공개 범위를 둘러싼 정치·법적 논쟁을 집중 보도했다.
그러나 이들 보도에는 문제의 ‘트럼프와 소녀 사진’은 포함되지 않았다. 외신들은 피해자 신원 보호 문제로 자료가 조정됐다는 점만 전했을 뿐, 해당 이미지가 공식 문서에 존재했다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스노프스는 “해당 이미지가 실제이고 공적 기록에 포함돼 있었다면, 신뢰할 만한 언론이 이미 이를 보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실제로 공개 자료와 검색 결과를 검토한 결과, 해당 사진이 공식 엡스타인 파일에 포함됐다는 확인 가능한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 댓글 2400개…진위 논쟁 넘어선 ‘불신의 확산’
야후뉴스 기사 댓글 화면. 게시 10시간 만에 댓글 수가 2400개를 넘기며 사진의 진위와 AI 조작 가능성, 정보 신뢰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야후뉴스 화면 캡처
해당 기사에는 게시 10시간 만에 24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격렬한 논쟁이 이어졌다. 댓글 상당수는 사진의 진위 여부보다 AI 기술 확산으로 무엇도 쉽게 믿기 어려워진 현실 자체에 대한 불안을 드러냈다.
한 이용자는 “이제는 직접 보고 듣지 않으면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세상에 들어선 것 같다”며 “AI 때문에 모든 정보를 의심해야 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누군가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는 시대”라며 “증거의 기준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댓글은 사진이 조작일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설령 가짜라 해도 사람들이 실제일 수 있다고 느끼는 것 자체가 더 심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출처가 불분명한 이미지를 사실처럼 소비하는 것은 오히려 진실 규명을 해친다”는 반박도 적지 않았다.
◆ 반복되는 허위 이미지 논란, 커지는 팩트체크의 역할
스노프스는 과거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성년자와 함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진들이 허위 또는 조작 이미지로 판명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엡스타인과 트럼프의 과거 관계는 외신이 꾸준히 다뤄왔지만, 온라인에서 확산되는 이미지 상당수는 사실과 무관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AI 시대에 확인되지 않은 이미지가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고 또 얼마나 쉽게 정치적 해석의 도구로 소비되는지를 보여준다”며 “팩트체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윤태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