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싸웠던 동맹, 빈 살만은 왜 예멘에서 등 돌렸나

한때 함께 싸웠던 사우디·UAE, 갈라진 동맹의 배경

thumbnail - 예멘 남부 무칼라 항구에서 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공습으로 파손된 군용 차량들. 해당 장비는 UAE가 남부과도위원회(STC) 분리주의 세력 지원을 위해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2025.12.30 AFP 연합뉴스
예멘 남부 무칼라 항구에서 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공습으로 파손된 군용 차량들. 해당 장비는 UAE가 남부과도위원회(STC) 분리주의 세력 지원을 위해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2025.12.30 AF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예멘에서 정면으로 충돌한 배경에는 단기적 군사 판단을 넘어선 구조적 균열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때 중동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으로 평가받던 두 국가는 이제 지역 패권과 전략 노선을 둘러싸고 경쟁 관계로 전환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UAE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자예드 대통령이 과거에는 ‘개혁적 권위주의자’라는 공통 이미지를 공유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세계관과 전략 목표가 뚜렷하게 갈라졌다고 분석했다.

두 나라는 오랫동안 안보와 경제 이해관계를 공유하며 중동 질서를 함께 관리해 왔다. 그러나 예멘 전쟁을 거치며 협력의 균열이 누적됐고 최근 사우디의 공습과 UAE의 병력 철수 선언은 그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계기가 됐다.

◆ 공동 전선에서 경쟁 구도로

thumbnail -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공개한 영상 갈무리 화면으로, 알무칼라 항구에 입항한 선박에서 하역된 뒤 주차돼 있는 차량들이 보인다. 연합군은 해당 장비가 아랍에미리트(UAE)의 지원을 받는 남부과도위원회(STC)에 제공된 군사 물자라고 주장했다. 2025.12.30 로이터 연합뉴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공개한 영상 갈무리 화면으로, 알무칼라 항구에 입항한 선박에서 하역된 뒤 주차돼 있는 차량들이 보인다. 연합군은 해당 장비가 아랍에미리트(UAE)의 지원을 받는 남부과도위원회(STC)에 제공된 군사 물자라고 주장했다. 2025.12.30 로이터 연합뉴스


사우디와 UAE는 2015년 예멘 내전에 함께 개입하며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에 맞섰다. 두 국가는 카타르 봉쇄 사태에서도 보조를 맞추며 역내 질서를 공동으로 관리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예멘 전장은 점차 양국의 이해관계가 갈리는 공간으로 변했다. 사우디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예멘 정부군을 지원한 반면, UAE는 남부 분리주의 세력인 남부과도위원회(STC)를 후원했다. 두 나라는 예멘 남부에서 서로 다른 세력을 키우며 영향력을 다퉜다.

NYT는 최근 사우디가 알무칼라 항구를 공습한 사건을 두 나라 관계가 공개 충돌 단계로 전환된 상징적 계기로 짚었다. 그러면서 공동 전선이 사실상 경쟁 구도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 엇갈린 전략, 달라진 세계관

thumbnail - 예멘 남부 아덴에서 남부과도위원회(STC)가 주도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UAE와 사우디 지도자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STC는 UAE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 세력으로 알려져 있다. 2025.12.21 로이터 연합뉴스
예멘 남부 아덴에서 남부과도위원회(STC)가 주도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UAE와 사우디 지도자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STC는 UAE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 세력으로 알려져 있다. 2025.12.21 로이터 연합뉴스


NYT는 갈등의 핵심 원인으로 두 지도자의 전략 노선 차이를 지목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최근 역내 분쟁을 관리하고 긴장을 낮추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그는 국내 경제 개혁과 대규모 투자 유치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반면 UAE 지도부는 보다 적극적인 대외 개입 노선을 택했다. UAE는 이스라엘과의 국교 정상화를 주도했고 아프리카와 중동 전반에서 영향력 확대를 시도해 왔다. NYT는 UAE가 금융과 군사 역량을 활용해 지경학적 영향력을 투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노선 차이는 수단 내전에서도 드러났다. 사우디는 수단 정규군을 지원하며 평화 협상을 중재했지만 UAE는 준군사조직 지원 의혹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두 나라가 정치적 이슬람과 지역 안정에 접근하는 방식부터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본다.

◆ 예멘에서 드러난 동맹의 한계

최근 사우디의 예멘 공습 이후 UAE는 예멘에 남아 있던 병력 철수를 발표하며 한발 물러섰다. 양국 간 충돌이 즉각적인 군사 대결로 확산하는 국면은 피했지만 긴장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STC는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예멘 남부의 권력 구도는 불안정한 상태다. NYT는 사우디와 UAE가 중동과 아프리카 전반에서 추구하는 전략 목표가 근본적으로 다른 만큼 이번 사태가 일시적으로 진정되더라도 갈등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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