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비키니 입나”…얼음물 입수에 불붙은 러 정교회 논쟁
윤태희 기자
입력 2026 01 20 16:54
수정 2026 01 20 16:54
영하 30도 혹한 속 주현절 의식, 복장을 둘러싼 시선은 엇갈렸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해안에서 열린 정교회 주현절 얼음물 입수 행사 모습.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기온은 영하 14도, 체감온도는 그보다 더 낮았으며 일부 참가자의 복장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일었다. 사진=러시아 현지 매체 노보스티 VL
러시아 전역에서는 영하 수십 도의 혹한 속에서도 얼음물을 향해 몸을 던지는 풍경이 이어졌다. 19일(현지시간) 러시아 정교회 신자 수십만 명이 예수의 세례를 기념하는 주현절을 맞아 얼음 구멍에 몸을 담그는 전통 의식을 치렀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이들 신자는 얼음을 깨 만든 수영장에 들어가 세 차례 연속 잠수하며 성부·성자·성령의 삼위일체를 기원했다. 현장에는 수영복 차림의 여성과 상의를 벗은 남성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린 정교회 주현절 얼음물 입수 행사에서 한 참가자가 수영복 위에 얇은 복장을 걸친 채 물에서 나오고 있다. 일부 참가자의 복장을 두고 현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종교 행사냐, 과시적 노출이냐”는 논쟁이 이어졌다. 사진=러시아 현지 매체 노보스티 VL
논란은 우랄 지역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불거졌다. 영하 13도의 날씨에도 일부 여성이 노출이 많은 수영복 차림으로 얼음물에 들어가자 현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종교 행사냐, 과시적 노출이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러시아 우랄 지역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주현절을 맞아 신자들이 얼음물 입수 전통에 참여하고 있다. 일부 참가자의 복장을 두고 현지 온라인에서는 종교 의식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졌다. 사진=E1.RU
현지 매체 E1.RU(예카테린부르크 온라인)는 “교회 전통을 조롱하는 행위”라는 반응과 함께 “몸을 드러낼 때가 아니다”라는 댓글이 다수 달렸다고 전했다.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린 정교회 주현절 얼음물 입수 행사에서 한 참가자가 얼음 구멍에 몸을 담근 채 의식을 이어가고 있다. 현지 매체 E1.RU에 따르면 올해 예카테린부르크에는 모두 10곳의 공식 입수 장소가 마련됐다. 사진=E1.RU
반면 “의식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다”며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는 옹호 의견도 맞섰다. 혹한 속에서 신앙을 실천하는 방식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 셈이다.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에서 19일(현지시간) 러시아 정교회가 율리우스력에 따라 기념하는 주현절을 맞아서 한 남성이 오브강 지류에 마련된 얼음 구멍에서 입수 의식을 치르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지역별 풍경도 극명했다. 노보시비르스크에서는 영하 33도까지 떨어진 기온 속에서도 시민들이 얼음물에 뛰어들었다. 모스크바에서는 당국이 마련한 공식 장소에서 6만 명 이상이 주현절 의식에 참여했다.
그러나 보로네시에서는 우크라이나 드론 경보가 발령되며 폭발 위험을 이유로 얼음 수영장이 폐쇄됐다. 이 지역에서는 이미 신자 9000여명이 의식을 마친 뒤였다.
◆ “매년 해왔다”…푸틴 입수 주장, 사진은 미공개
2021년 1월 19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에서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진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교회 주현절을 맞아 얼음물에 몸을 담그는 입욕 의식에 참여하고 있다. AP 뉴시스
이날 가장 큰 관심을 끈 인물은 현장에 포착되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해도 주현절 얼음물 입수 의식에 참여했다는 공식 설명만 나왔을 뿐, 관련 사진이나 영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은 매년 그래왔듯 전통에 따라 몸을 물에 담갔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 의식은 푸틴 대통령뿐 아니라 크렘린에서 근무하는 많은 정교회 신자에게 중요한 행사”라면서도 “지킬지는 개인적인 문제”라고 덧붙였다.
크렘린은 2018년 푸틴 대통령의 주현절 입수 장면을 처음 공개했고 2021년에는 얼음물에 들어가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입수를 입증할 시각 자료가 제시되지 않으면서 고령에 따른 건강 이상설과 맞물린 해석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반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영하 15도의 날씨 속에서 직접 얼음물에 들어가는 장면이 공개돼 러시아 SNS에서 빠르게 확산했다.
러시아의 주현절 얼음 입수는 신앙적 헌신의 상징이자, 매년 논란을 동반하는 겨울 풍경이다. 올해도 주현절 얼음물 입수는 혹한 속 신앙의 상징으로 남았지만 동시에 복장과 표현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을 다시 불러냈다.
윤태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