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찍힌 사치…피 흘리는 이란에서 Z세대가 분노한 이유

인터넷 차단 속에 드러난 특권의 일상, 분노가 폭발한 배경

thumbnail - 이란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테헤란 거리에서 시위대가 불길 주변에 모여 있는 모습(왼쪽, 2026년 1월 9일). 시위 국면과 대비되는 이란 상류층 청년들의 호화로운 일상은 과거 인스타그램 계정 ‘리치 키즈 오브 테헤란’을 통해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오른쪽). AP·소셜미디어 자료사진
이란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테헤란 거리에서 시위대가 불길 주변에 모여 있는 모습(왼쪽, 2026년 1월 9일). 시위 국면과 대비되는 이란 상류층 청년들의 호화로운 일상은 과거 인스타그램 계정 ‘리치 키즈 오브 테헤란’을 통해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오른쪽). AP·소셜미디어 자료사진


이란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며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의 부유층 청년들이 해외 휴양지와 소셜미디어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간다는 보도가 나오며 분노가 커지고 있다.

미국 뉴욕포스트는 20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와 더타임스를 인용해 시위 진압이 격화되는 상황에서도 이란의 젊은 상류층이 사치스러운 일상을 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위는 지난해 12월 말 화폐 가치 폭락 등 경제 불안 속에서 시작돼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가장 심각한 정권 위기로 번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권단체들은 이슬람혁명수비대와 바시즈 민병대가 투입돼 강경 진압이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현지 의료진 보고를 토대로 사망자가 최대 1만 8000명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란 당국자는 로이터 통신에 “보안요원 약 500명을 포함해 최소 50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더 큰 피해 추산은 부인하며 책임을 미국과 이스라엘 등 외부 세력에 돌리고 있다.

◆ SNS가 드러낸 ‘이란판 가십걸’…분노 키운 특권의 일상

이란 정부는 시위 확산 이후 인터넷과 국제 통신을 강하게 제한했다. 전문가들은 “정권이 디지털 차단으로 유혈 진압의 실상을 가린다”고 비판한다.

thumbnail - 튀르키예 반 지역의 나이트클럽 ‘퀸 페스타’. 이곳은 이란 상류층이 휴양지로 즐겨 찾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텔레그래프
튀르키예 반 지역의 나이트클럽 ‘퀸 페스타’. 이곳은 이란 상류층이 휴양지로 즐겨 찾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텔레그래프


이런 상황에서도 텔레그래프 취재진은 튀르키예 국경 인근 휴양지인 반 지역에서 이란의 부유층으로 보이는 청년들이 나이트클럽에서 파티를 즐기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고 전했다. 뉴욕포스트 역시 최근 이란 부유층 일부가 반으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엘라 로젠버그 예루살렘 외교안보센터 선임연구원은 데일리메일에 “이들의 생활 방식은 단순한 불만을 넘어 이란 시민들, 특히 같은 또래의 Z세대를 격분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는 거리에서 희생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상류층 청년들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호화로운 삶을 누리는 모습을 보고 있다”며 “이 극단적인 대비가 분노를 폭발시키는 핵심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thumbnail - 이란 덴마크 주재 대사의 아들과 결혼한 것으로 알려진 인플루언서 아나시드 호세이니의 소셜미디어 사진. 명품 가방과 보석을 착용한 사진으로 17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약 한 달간 게시물을 올리지 않고 있다. 인스타그램 자료사진
이란 덴마크 주재 대사의 아들과 결혼한 것으로 알려진 인플루언서 아나시드 호세이니의 소셜미디어 사진. 명품 가방과 보석을 착용한 사진으로 17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약 한 달간 게시물을 올리지 않고 있다. 인스타그램 자료사진


이 같은 분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욱 증폭됐다. 이란 상류층 자녀들의 사치스러운 생활은 과거 ‘리치 키즈 오브 테헤란’ 계정을 통해 국제적 주목을 받았고 현재는 개별 인플루언서들이 막대한 팔로워를 앞세워 영향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 외교관 가문의 며느리로 알려진 아나시드 호세이니 역시 명품 사진으로 큰 주목을 받았으나 최근에는 게시물을 중단한 상태다.

◆ “정권 덕 본 사람들”…튀르키예로 빠져나간 부유층

thumbnail - 최근 반정부 시위가 격화된 이후 일부 이란 상류층 인사들이 튀르키예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반 지역의 나이트클럽 모습. 텔레그래프
최근 반정부 시위가 격화된 이후 일부 이란 상류층 인사들이 튀르키예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반 지역의 나이트클럽 모습. 텔레그래프


반 지역에 머무는 한 이란인은 “이 사람들은 정권 덕을 본 이들”이라며 “지금은 이란을 떠나 안전한 곳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나이트클럽은 입장료와 음료 비용만 100달러(약 14만 원)를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thumbnail - 전직 이란 베네수엘라 주재 대사의 아들로 알려진 사샤 소바니의 소셜미디어 사진. 2019년 스페인으로 이주한 뒤 해외 생활과 고급 차량 등을 공개하며 큰 팔로워를 모았다. 인스타그램 자료사진
전직 이란 베네수엘라 주재 대사의 아들로 알려진 사샤 소바니의 소셜미디어 사진. 2019년 스페인으로 이주한 뒤 해외 생활과 고급 차량 등을 공개하며 큰 팔로워를 모았다. 인스타그램 자료사진


전직 이란 외교관의 아들인 사샤 소바니도 해외에서의 호화 생활로 유명세를 치렀지만, 현재는 자금 세탁과 불법 사이트 운영 혐의로 이란 당국의 송환 요구 대상이 된 상태다.

이란 당국은 시위가 상당 부분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학교 재개와 인터넷 복구 방침을 알리고 있다. 사법부는 “아직 사형 집행 사례는 없다”며 선동자와 연계 세력을 가려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 특권층의 과시적 소비가 노출될수록 사회적 분열은 더 깊어진다”고 지적한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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