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꼽은 ‘인생 기내식’…비행기 밥의 반전
윤태희 기자
입력 2026 01 26 10:09
수정 2026 01 26 10:09
조롱거리였던 기내식의 반전…비빔밥부터 캐비아까지, 하늘 위 한 끼가 달라졌다
하늘 위에서도 완성된 한 그릇. 대한항공 일반석에 제공되는 비빔밥은 ‘이게 기내식이라고?’라는 반응을 이끌어낸 대표 사례다. 출처=대한항공
1월 초 한 승객이 올린 퍼스트클래스(일등석) 기내식 사진이 SNS에서 1500만회 넘게 조회되며 화제가 됐다. 기대를 모았던 한 접시는 고기 몇 겹과 치즈, 멍든 토마토가 전부였다. “식사라 부르기 민망하다”는 반응 속에 여행자들은 ‘최악의 기내식’ 인증에 나섰고 “도시락이 낫다”, “전용기가 답”이라는 비아냥도 뒤따랐다.
유나이티드항공 퍼스트클래스 기내식으로 제공된 저녁 메뉴. 한 승객이 ‘슬픈 한 그릇’이라며 공개한 사진이 SNS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SNS 캡처
하지만 모든 기내식이 조롱의 대상은 아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현지시간) 여행 전문가와 항공 업계 관계자들의 경험을 모아 “비행 중에도 잊지 못할 식사”를 정리했다. 공통점은 분명했다. 호평은 대부분 미국 밖 항공사에서 나왔다.
◆ 이코노미석의 반전…대한항공 비빔밥
하늘 위에서도 ‘한식의 완성’은 이어졌다.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일반석에 제공된 비빔밥 기내식. 고추장과 참기름을 더해 취향대로 비벼 먹는 구성으로, 장거리 노선에서도 한국 대표 메뉴를 전면에 내세웠다. 항공 전문 매체 에어웨이즈 매거진 트립 리포트 사진
전직 미식 여행 전문가 라니 치마는 대한항공 이코노미석(일반석) 비빔밥을 “비행기에서 만난 가장 놀라운 한 끼”로 꼽았다.
그는 저녁으로 먹고 잠들었다가 아침에 또 먹을 만큼 만족스러웠다고 설명했다. 고추장은 알레르기 탓에 먹지 못했지만, 함께 탄 지인들이 “그 항공사 고추장은 꼭 모아 달라”고 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어 비즈니스석 식사는 기억나지 않지만 비빔밥의 인상은 또렷이 남았다고 덧붙였다.
◆ ‘하늘 위의 수프 맛집’…버진 애틀랜틱
런던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버진 애틀랜틱 항공편에서 제공된 겨울 채소 수프. 여행 전문 매체 더 포인츠 가이 편집장 매디슨 블랑카플로르가 “지금도 기억에 남는 기내식”으로 꼽은 메뉴다. 매디슨 블랑카플로르 제공
여행 전문 웹사이트 더 포인츠 가이 편집장 매디슨 블랑카플로르는 버진 애틀랜틱을 기내 수프로는 독보적이라고 평가했다.
런던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에서 맛본 겨울 채소 수프는 허브 향을 더한 오일과 바삭한 채소 토핑을 곁들인 메뉴로,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그는 “레시피를 판다면 기꺼이 돈을 내고 사고 싶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 크리스마스이브의 완성…에어프랑스 치킨
여행사 베스트 트래블스 투 파라다이스(BTTP)의 컨설턴트인 캐시 에번스는 가족과 함께한 크리스마스이브 비즈니스석 비행에서 에어프랑스의 치킨 요리를 잊지 못한다고 전했다. 마르지 않고 질기지 않으며 온도까지 완벽했던 치킨에 스캘럽드 포테이토와 당근이 곁들여졌다. 2세 손녀를 위해 당근을 꽃 모양으로 손질해 준 세심함도 인상 깊었다고 회상했다.
◆ 식당 그대로 옮겨온 듯…에티오피아항공
여행 전문 매체 아파(AFAR) 부편집장 미셸 바란은 에티오피아항공 장거리 비즈니스석에서 만난 전통 요리를 “완전히 예상 밖의 서프라이즈”라고 표현했다. 카트에서 원하는 반찬을 고르면 인제라를 곁들인 정식 한 접시가 완성됐다. 무엇을 골랐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저 정말 맛있었다”는 인상만은 선명했다고 밝혔다.
◆ “비행기 안에서 성게알을?”…일본항공 퍼스트클래스
하늘 위에서 펼쳐진 일본식 다코스 한 상. 일본항공 퍼스트클래스 기내식을 트리프티 트래블러 편집장 카일 포터가 잊지 못할 경험으로 꼽았다. 카일 포터 제공
여행 전문 매체 트리프티 트래블러 편집장 카일 포터는 2019년 일본항공 퍼스트클래스 식사를 “웃음이 나올 만큼 호화로웠다”고 회상했다. 5~13코스로 구성된 식사에는 장어 유자 소스, 캐비아(철갑상어알)를 얹은 계란찜, 해산물 육수 만두, 그리고 성게알까지 포함됐다.
그는 “도쿄 최고급 식당과 견줘도 손색없는 성게알을 고도 3만 5000피트에서 먹을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 생선회 코스의 충격…ANA
하늘 위에서 즐긴 생선회 한 접시. 전일본공수(ANA) 퍼스트클래스 기내식에 포함된 생선회 코스를 여행 기자 크리스 동이 인상 깊은 경험으로 소개했다. 크리스 동 제공
프리랜서 여행 기자 크리스 동은 전일본공수(ANA) 퍼스트클래스에서 제공된 ‘생선회 전용 코스’를 가장 인상 깊은 기내식으로 꼽았다.
날생선을 위한 독립 코스 뒤에는 부드러운 소고기, 일본식 밥과 절임이 이어졌다. 그는 이코노미석에서도 말레이시아 요리 나시 르막을 사전 주문해 “놀라울 만큼 훌륭했다”고 덧붙였다.
◆ 캐비아와 랍스터…카타르항공
하늘 위에서 즐기는 캐비아 한 입. 카타르항공 퍼스트클래스의 캐비아 서비스는 블리니와 다양한 가니시를 곁들인 클래식한 구성으로, 기억에 남는 기내식 경험으로 소개됐다. 샤메인 램신 제공
워싱턴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잦은 해외 출장을 다니는 의사인 샤메인 램신은 카타르항공 퍼스트클래스의 캐비아 서비스를 최고로 꼽았다. 캐비아와 함께 먹는 작은 팬케이크에 다진 양파, 달걀, 차이브, 사워크림, 레몬까지 정석 그대로 제공되며 이후 코스가 이어져 “배가 너무 불러서 다 못 먹을 정도”라고 밝혔다. 랍스터가 메뉴에 있으면 반드시 고른다는 것도 그의 기준이다.
● 여행+ 포인트
기내식의 격차는 좌석 등급보다 항공사 철학과 음식 문화에서 갈린다. “비행 중엔 어쩔 수 없다”는 말 대신 어떤 항공사를 고르느냐가 여행의 기억을 바꾼다.
윤태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