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선 이겼다…이제 육상이다” 트럼프, 미군 마약선 4척 격침 지시

국제 해역서 진행된 미군 작전…“비사법적 살해” 논란 확산
thumbnail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일본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에서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 승조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미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으로, 태평양에서 미군이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폭격하는 장면. AP 연합뉴스·미 국방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일본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에서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 승조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미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으로, 태평양에서 미군이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폭격하는 장면. AP 연합뉴스·미 국방부


미국이 태평양 동부 공해상에서 마약 운반이 의심되는 선박 4척을 공격해 14명이 숨졌다. 미국 국방부는 이번 작전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28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미군이 나르코 테러리스트를 제거했다”며 공격 영상을 공개했다. 나르코 테러리스트는 마약 밀수와 폭력을 결합한 중남미 카르텔 조직원을 뜻하며 미국은 이들을 단순 범죄자가 아닌 테러단체 수준의 위협 세력으로 본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공격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진행된 가장 대규모 해상 작전이라고 보도했다.

태평양으로 번진 마약전쟁, 사망자 급증
thumbnail - 미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에서 미군이 태평양 동부 해상에서 마약 밀수 조직이 운용한 선박을 정밀 타격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작전”이라고 밝혔다. 출처=피트 헤그세스 엑스
미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에서 미군이 태평양 동부 해상에서 마약 밀수 조직이 운용한 선박을 정밀 타격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작전”이라고 밝혔다. 출처=피트 헤그세스 엑스


AP통신은 미군이 세 차례 공격을 가해 선박 4척을 격침했고 탑승자 15명 중 14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멕시코 해군은 아카풀코에서 약 400해리(740.8㎞) 떨어진 해역에서 생존자를 수색 중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작전으로 지난달부터 이어진 미군의 마약 선박 공격 사망자가 최소 57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카르텔 전쟁’ 내세운 미국의 논리
thumbnail -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28일(현지시간) 일본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 내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방문 행사 중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28일(현지시간) 일본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 내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방문 행사 중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같은 날 여러 선박을 동시에 타격한 것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헤그세스 장관은 “선박들이 미국으로 향하는 마약 밀수 경로를 따라 항해 중이었다”며 “모든 공격은 국제 해역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는 “나르코 테러리스트는 알카에다보다 더 많은 미국인을 죽였다”며 “우리는 그들을 추적해 네트워크를 파괴하고 끝까지 사냥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제법 위반’ 논란, 중남미 긴장 고조
thumbnail -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공개한 영상에서 미군이 27일(현지시간) 태평양 동부 해상에서 미사일 공격을 가하기 직전 포착된 두 척의 선박 모습.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미군이 이들 선박 등 4척을 타격해 14명이 사망하고 1명이 생존했다”고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엑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공개한 영상에서 미군이 27일(현지시간) 태평양 동부 해상에서 미사일 공격을 가하기 직전 포착된 두 척의 선박 모습.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미군이 이들 선박 등 4척을 타격해 14명이 사망하고 1명이 생존했다”고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엑스


CNN방송은 트럼프 행정부가 마약 밀매 조직을 적성 테러단체로 지정해 사법 절차 없이 타격할 수 있도록 비공개 법률 검토를 마쳤다고 밝혔다.

BBC방송은 이번 공격이 국제법상 비사법적 살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멕시코·콜롬비아·베네수엘라 정부는 잇따라 우려를 표명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런 공격에 동의할 수 없다”며 “모든 국제조약이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후안 라몬 데 라 푸엔테 멕시코 외교장관과 해군 관계자가 미국 대사와 면담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육상 작전 시사
thumbnail - 미 해군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함(USS Gerald R. Ford)이 2025년 10월 1일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미국 해군 제공
미 해군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함(USS Gerald R. Ford)이 2025년 10월 1일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미국 해군 제공


AFP통신은 “미국이 태평양과 카리브해에 7척의 군함과 F-35 전투기를 배치하고 제럴드 R. 포드 항모전단을 투입했다”며 “지역 긴장이 빠르게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에서 “우리는 바다에서 이미 카르텔을 이기고 있다”며 “이제 육상이 다음이다(The land is next)”라고 말해 육상 작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군사화되는 마약전쟁, 어디까지 갈까
thumbnail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일본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 내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일본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 내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 밀매 조직을 “미국을 공격하는 적성 세력”이라고 강조하며 “우리는 마약 밀매자들과 무장 충돌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해역 내 공격을 계속할 법적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으며 작전을 육상 표적으로 확대할 경우 의회 승인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BBC와 CNN은 이번 작전이 단순한 마약 단속이 아니라 미국 정부가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을 군사행동 수준으로 끌어올린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방어’라는 표현을 반복하며 마약 문제를 안보 이슈로 재정의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WP는 행정부가 해외 작전 경험을 국내 안보 이슈에 적용해 정치적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내년 예산 심의 과정에서 마약 전쟁 예산이 새로운 정치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제기했다.

로이터는 이번 작전이 멕시코와 콜롬비아 등 주요 생산국과의 외교 갈등으로 번질 경우 역내 안보 협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AFP는 미국의 해상 작전이 단순한 단속이 아니라 중남미 해상 거점을 확보하려는 군사적 움직임이라며 일부 국가는 이를 주권 침해로 간주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국제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군사 작전이 계속될 경우, 향후 유엔 안보리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이 태평양과 카리브해 양쪽에서 해상 압박을 강화하면서 중남미 교역과 물류 체계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해운·보험 시장뿐 아니라 한국의 해상 운송과 에너지 수입에도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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