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키니 여성들과 있었다”…엡스타인 이메일 공개 파문

엡스타인·맥스웰 메일에 ‘트럼프’ 반복 등장…의회 ‘전면 공개’ 압박 고조

thumbnail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1월 12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연방정부 셧다운 종료 예산안에 서명하는 모습(왼쪽). 오른쪽은 같은 날 미 하원 감독위원회가 공개한 제프리 엡스타인의 2015년 이메일 일부로, 엡스타인이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도널드와 비키니 차림 여성들이 내 주방에 있는 사진 줄까?”라고 보낸 문장이 담겼다. EPA 연합뉴스·미 하원 감독위원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1월 12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연방정부 셧다운 종료 예산안에 서명하는 모습(왼쪽). 오른쪽은 같은 날 미 하원 감독위원회가 공개한 제프리 엡스타인의 2015년 이메일 일부로, 엡스타인이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도널드와 비키니 차림 여성들이 내 주방에 있는 사진 줄까?”라고 보낸 문장이 담겼다. EPA 연합뉴스·미 하원 감독위원회


미국 하원 민주당이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의 이메일을 공개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성년자 피해자와 엡스타인의 집에서 수시간 함께 있었다는 의혹이 다시 제기됐다. 백악관은 “조작된 내러티브”라고 강하게 반박했고 공화당은 오히려 2만여 쪽 전체 문건을 공개하며 정면 충돌을 택했다.

역대 최장 셧다운 종료를 앞둔 워싱턴은 이메일 공개 직후 다시 혼란에 빠졌다.

“짖지 않은 개는 트럼프”…피해자와 집에서 ‘수시간’ 주장
thumbnail - 미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이 2025년 11월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제프리 엡스타인의 2011년 이메일 자료. 엡스타인은 길레인 맥스웰에게 보낸 이 메일에서 한 피해자를 언급하며 “그(트럼프)가 그녀와 내 집에서 몇 시간을 보냈다”, “아직 짖지 않은 개는 트럼프다”라고 적었다.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 제공 / 로이터 연합뉴스
미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이 2025년 11월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제프리 엡스타인의 2011년 이메일 자료. 엡스타인은 길레인 맥스웰에게 보낸 이 메일에서 한 피해자를 언급하며 “그(트럼프)가 그녀와 내 집에서 몇 시간을 보냈다”, “아직 짖지 않은 개는 트럼프다”라고 적었다.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 제공 / 로이터 연합뉴스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은 12일(현지시간) 엡스타인 유산 관리인이 제출한 자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된 이메일 3통을 공개했다.

엡스타인은 2011년 길레인 맥스웰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한 피해자를 언급하며 “그(트럼프)가 그녀와 내 집에서 몇 시간을 보냈다”, “아직 짖지 않은 개는 트럼프다”라고 적었다.

민주당은 피해자 이름을 비공개 처리했지만 공화당은 “그 인물은 버지니아 주프레”라고 주장했다. 주프레는 엡스타인의 대표적 피해자로 알려졌으며 지난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민주당은 “유족 요청에 따른 비공개”라고 설명했다.

감독위 민주당 간사 로버트 가르시아 의원은 “백악관이 무엇을 숨기는지 의문이 커진다”며 관계 전반 재조명을 요구했다.

주프레는 어떻게 마러라고에서 일하게 됐나…“아버지가 소개했다”
thumbnail - 미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이 2021년 8월 9일 공개한 자료 사진. 앤드루 왕자(왼쪽), 피해자 버지니아 주프레(가운데), 길레인 맥스웰(오른쪽)이 함께 찍힌 모습이 담겨 있다. Jeffrey Epstein 연루 의혹이 이어지며 영국 왕실은 2025년 10월 30일(현지시간) 앤드루 왕자의 왕실 칭호를 박탈한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 제공 / AFP 연합뉴스
미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이 2021년 8월 9일 공개한 자료 사진. 앤드루 왕자(왼쪽), 피해자 버지니아 주프레(가운데), 길레인 맥스웰(오른쪽)이 함께 찍힌 모습이 담겨 있다. Jeffrey Epstein 연루 의혹이 이어지며 영국 왕실은 2025년 10월 30일(현지시간) 앤드루 왕자의 왕실 칭호를 박탈한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 제공 / AFP 연합뉴스


주프레의 마러라고 근무 경로는 이번 이메일 논란과 맞물려 다시 주목받고 있다.

주프레는 2000년 당시 16세였다. 그는 “아버지가 마러라고에서 유지보수 직원으로 일하고 있어 그곳 일자리를 소개받았다”고 여러 차례 증언했다. 실제로 그녀의 아버지 스카이 로버츠는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보일러 기술·유지관리 업무를 맡았다.

주프레는 아버지 도움으로 마러라고 스파숍에서 보조로 일했고 그곳에서 길레인 맥스웰이 그를 처음 접촉했다. 맥스웰은 “마사지 기술을 더 배우고 싶지 않냐”고 말하며 접근했고 주프레는 이후 엡스타인의 집으로 연결됐다. 연방수사국(FBI) 문건과 재판 기록은 이 과정을 성 착취의 출발점으로 규정했다.

주프레는 생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다”며 “내가 본 그는 그저 친절했다”고 반복적으로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과거 “엡스타인이 내 직원들을 빼가서 관계를 끊었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소녀들에 대해 알고 있었다”…엡스타인·울프 이메일민주당이 공개한 다른 이메일 2통은 엡스타인과 언론인 마이클 울프의 2015년과 2019년 대화다.

2015년 공화당 TV 토론을 앞두고 울프는 “CNN이 오늘 트럼프에게 당신과의 관계를 물을 계획이다”고 알렸다.

엡스타인은 “답변을 만들어 줄 수 있느냐”고 부탁했고 울프는 “스스로 걸려들게 두라”고 조언했다.

thumbnail - 미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이 2025년 11월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제프리 엡스타인의 이메일 자료. 엡스타인은 해당 메일에서 길레인 맥스웰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함께 언급했다.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 제공 / 로이터 연합뉴스
미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이 2025년 11월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제프리 엡스타인의 이메일 자료. 엡스타인은 해당 메일에서 길레인 맥스웰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함께 언급했다.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 제공 / 로이터 연합뉴스


2019년 이메일에서 엡스타인은 “트럼프는 그 소녀들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길레인에게 멈추라고 했다”고 적었다.

울프 “엡스타인, 트럼프에 집착하며 두려워했다”…ABC 인터뷰서 증언
thumbnail - 마이클 울프 미국 언론인이 2021년 뉴욕에서 인터뷰 중 발언하고 있다. SWinxy, CC BY 4.0, via Wikimedia Commons
마이클 울프 미국 언론인이 2021년 뉴욕에서 인터뷰 중 발언하고 있다. SWinxy, CC BY 4.0, via Wikimedia Commons


ABC는 울프와의 전화 인터뷰 내용을 공개하며 새로운 맥락을 더했다.

울프는 “나는 엡스타인과 100시간 넘게 녹음했다. 엡스타인은 트럼프를 오래 알고 있었고 집착하면서도 두려워했다”고 말했다.

또 “엡스타인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을 일찍부터 믿었지만 그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울프는 “엡스타인이 나에게 트럼프와 멜라니아 관련 내용까지 증언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지금도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데일리메일 “엡스타인, ‘비키니 여성들 사진 있다’ 주장…트럼프가 유리문 들이받았다 말해”공화당이 원본 자료를 전부 공개하면서 데일리메일은 더 노골적인 이메일도 확인했다.

thumbnail -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가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제프리 엡스타인의 2015년 이메일. 엡스타인은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트럼프와 비키니 차림 여성들이 내 주방에 있는 사진 줄까?”라고 제안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하원 감독위원회 제공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가 12일(현지시간) 공개한 제프리 엡스타인의 2015년 이메일. 엡스타인은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트럼프와 비키니 차림 여성들이 내 주방에 있는 사진 줄까?”라고 제안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하원 감독위원회 제공


엡스타인은 2015년 토머스 랜던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도널드와 비키니 차림 여성들이 내 주방에 있는 사진 줄까?”라고 보냈다.

thumbnail - 미 하원 감독위원회가 공개한 엡스타인 이메일 문건. 엡스타인은 2015년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트럼프가 수영장 주변의 젊은 여성들에 시선을 빼앗겨 유리문을 거의 들이받았다”고 적었다. 하원 감독위원회 제공
미 하원 감독위원회가 공개한 엡스타인 이메일 문건. 엡스타인은 2015년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트럼프가 수영장 주변의 젊은 여성들에 시선을 빼앗겨 유리문을 거의 들이받았다”고 적었다. 하원 감독위원회 제공


또 다른 이메일에서 엡스타인은 “트럼프가 젊은 여성들을 보느라 유리문을 들이받았다. 코 자국이 찍혔다”라고 주장했다.

익명의 메일에서는 “집에 일찍 들어가면 트럼프를 마주칠까 봐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문장도 등장했다.

엡스타인은 여러 이메일에서 트럼프를 ‘더티 도널드(dirty Donald)’라고 부르기도 했다.

스토미 대니얼스 사건까지 언급…오바마 백악관 법률고문과 이메일도 확인
thumbnail - 미 하원 감독위원회가 공개한 제프리 엡스타인과 카시 루믈러 전 오바마 백악관 법률고문 간의 2018년 이메일. 두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클 코언의 ‘스토미 대니얼스 입막음(hush money)’ 사건을 언급하며 법적 쟁점을 논의했다. 하원 감독위원회 제공
미 하원 감독위원회가 공개한 제프리 엡스타인과 카시 루믈러 전 오바마 백악관 법률고문 간의 2018년 이메일. 두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클 코언의 ‘스토미 대니얼스 입막음(hush money)’ 사건을 언급하며 법적 쟁점을 논의했다. 하원 감독위원회 제공


엡스타인이 2018년 오바마 백악관 법률고문 출신 카시 루믈러와 스토미 대니얼스 사건을 논의한 이메일도 공개됐다.

루믈러는 “그가 거짓말한 사실이 불법성을 입증한다”고 적었다. 엡스타인은 “나는 더티 도널드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안다”고 답했다.

백악관 “엡스타인 사기극”…트럼프는 의원들에게 전화하며 압박
thumbnail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이 ‘엡스타인 사기극(Epstein Hoax)’을 다시 꺼내 셧다운 책임을 모면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트루스소셜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이 ‘엡스타인 사기극(Epstein Hoax)’을 다시 꺼내 셧다운 책임을 모면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트루스소셜 캡처


백악관은 즉각 반박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민주당이 선택적으로 이메일을 흘려 가짜 이야기를 만들었다”며 “문건은 오히려 대통령의 무고함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민주당이 셧다운 책임을 피하려고 엡스타인 사기극을 다시 꺼냈다”고 말했다.

엑스(X·옛 트위터)에서는 카일 그리핀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 측이 로렌 보버트 의원에게 직접 연락해 ‘엡스타인 파일 공개 청원’ 서명 철회를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애니 카니 뉴욕타임스(NYT) 기자는 “트럼프가 직접 보버트와 통화했다”고 전했다.

‘엡스타인 파일’ 둘러싼 여야의 전면전아델리타 그리할바 민주당 의원은 취임 직후 “엡스타인 파일 전면 공개” 강제안에 서명했다. 서명이 과반에 도달하면 공화당 하원의장은 표결을 열어야 한다.

공화당 강경파와 극우 성향 지지층은 “정부와 기득권이 엡스타인 네트워크를 숨긴다”며 공개 요구를 강화하는 중이다.

여론조사에서는 공화당 지지층 10명 중 4명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엡스타인·맥스웰은 복역 중 혹은 사망…트럼프 의혹 남아
thumbnail - 제프리 엡스타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과거 사진이 걸린 배너가 2025년 8월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그랜드파크에서 열린 이민정책 규탄 시위 현장에 내걸려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제프리 엡스타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과거 사진이 걸린 배너가 2025년 8월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그랜드파크에서 열린 이민정책 규탄 시위 현장에 내걸려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엡스타인은 2008년 미성년자 상대 성매매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고 2019년 연방 기소 직후 구치소에서 숨졌다. 맥스웰은 2021년 유죄 평결을 받고 징역 20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과 과거 사교 관계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범죄는 몰랐다”고 반박해 왔다.

셧다운 종료를 앞둔 워싱턴에서 오래된 이메일이 다시 미국 정치권 핵심 인물들을 향한 의혹에 불을 붙이고 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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