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트럼프 시간끌기’ 전략 노골화…러 “유럽 빠져야 진짜 협상”

CNN·폭스뉴스 “푸틴, 트럼프 상대로 시간 끌기 전략”…유럽 배제 움직임도

thumbnail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8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멘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 활주로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기 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이를 맞잡으려 손을 살짝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8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멘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 활주로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기 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이를 맞잡으려 손을 살짝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가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마련 중인 새로운 종전안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합의한 알래스카 정상회담의 정신을 훼손하면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며 거부 가능성을 시사했다.

25일(현지시간) CNN·폭스뉴스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신 평화안 수정본을 기다리고 있다”며 “핵심 합의의 ‘정신과 문안’이 사라진다면 전혀 다른 국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이 언급한 ‘핵심 합의’는 지난 8월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내용으로, 러시아는 이를 종전 협상의 기초로 삼고 있다.

그는 “당시 합의가 이미 문서로 정리된 줄 알았는데 그 뒤 긴 침묵이 이어졌다”며 “이제 새 문서가 제시됐지만 명확히 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우크라 나토 가입 불가·돈바스 양도” 요구 고수
thumbnail -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1월 25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지나이다 모로조바 저택에서 열린 러시아·벨라루스 외무부 합동 이사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1월 25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지나이다 모로조바 저택에서 열린 러시아·벨라루스 외무부 합동 이사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가 협상 과정에서 여전히 ‘최대주의적 요구’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 가입하지 않을 것과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 남은 영토를 포기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존 하디 부국장은 “러시아의 비타협적 태도가 지난 10개월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노력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고 평가했다.

댄 호프먼 전 중앙정보국(CIA) 모스크바지부장도 “푸틴은 협상을 통해 러시아의 우위를 확립하려 할 뿐 침공을 멈출 의지가 없다”며 종전 회의론을 제기했다.

뉴욕포스트 “러시아, 19개항 종전안도 거부 전망”뉴욕포스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조율한 19개항의 종전 수정안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전쟁이 최소한 크리스마스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 평화안은 앞서 논란을 빚은 기존 28개항을 수정한 것으로, 러시아 편향 논란을 의식해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일부 조항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라브로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원안에서 벗어나는 제안은 러시아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고위급 협의 이후 마련된 수정안은 군 병력 규모 축소, 나토 가입 포기, 영토 조정 등 민감한 사안을 포함하고 있어 우크라이나 내부 반발도 큰 상황이다.

“표면적 협상만 유지할 듯”…美·유럽 우려 고조
thumbnail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월 20일(현지시간) 러시아 서부군집단 지휘본부에서 열린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하고 있다. 크렘린궁 보도화면 캡처·타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월 20일(현지시간) 러시아 서부군집단 지휘본부에서 열린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하고 있다. 크렘린궁 보도화면 캡처·타스 연합뉴스


CNN은 이번 국면을 “푸틴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시간을 벌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협상 지연을 통해 미국의 제재 집행을 늦추고, 외교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가 ‘진전 중’이라고 믿게 만드는 전략을 쓰고 있다.

CNN은 또 “라브로프의 발언은 러시아가 알래스카 정상회담의 해석권을 독점하며, 협상 주도권을 미국에서 자국으로 되돌리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영국 런던 소재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오리시아 루체비치 부국장은 “푸틴은 제재 효력을 늦추기 위해 협상을 지연시키며, 트럼프 행정부가 여전히 ‘진전 중’이라 믿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러시아는 유럽을 협상 테이블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라브로프 장관은 “유럽은 이번 협상에서 배제돼야 한다”며 2014년 민스크 협정을 언급, “그때 기회를 놓친 유럽이 다시 중재할 자격은 없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가 유럽의 중재 노력을 ‘비생산적’이라 비난하는 것은 자국의 거부 행태를 감추기 위한 전형적인 물타기 전술”이라며 “나토 내부의 분열을 부각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실질적 종전이 아닌 ‘시간벌기 외교’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며 “러시아가 표면적으로만 협상 테이블을 유지하며, 연말까지 전황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협상 동력 자체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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