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피플+] “탈출 원해” 혈혈단신 우크라 소녀…엄마는 ‘여과 수용소’ 끌려가
권윤희 기자
입력 2022 05 11 15:41
수정 2022 05 11 15:43

아조우 연대는 마리우폴에서 군의관으로 활약하며 다친 군인과 민간인을 치료하던 알리사(왼쪽)의 엄마 빅토리아 오비니다(오른쪽)가 러시아군에 적발돼 이주민 임시 캠프인 ‘여과 수용소’로 끌려갔다고 전했다./출처=아조우 연대
마리우폴 지하 벙커에서 탈출한 민간인 170여 명이 8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주둔한 자포리자에 도착했다. 자포리자는 마리우폴과 헤르손, 미콜라이우 등 러시아군 공격이 집중된 남부 지역을 겨우 탈출한 피란민이 집결하는 도시다. 데니스 프로코펜코 아조우 연대 사령관은 제철소 내에 있던 민간인이 전원 자포리자로 피란했다고 확인했다. 혈혈단신으로 벙커에 숨어 있던 알리사(4) 역시 주민 틈에 섞여 안전하게 밖으로 나왔다.

알리사는 지난달 18일 동영상 하나로 전 세계 주목을 받았다. 당시 아조우 연대는 “마리우폴과 마리우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전 세계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알리사 영상을 공유했다. 영상에서 알리사는 “벙커에서 탈출하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 “할머니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다”면서도 특유의 장난기를 숨기지 못했다.

알리사와 함께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 지하 벙커에 은신했던 우크라이나 어린이들. 현재는 모두 마리우폴을 탈출해 자포리자로 갔다./출처=아조우 연대
하지만 얼마 후 알리사에 관한 좋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아조우 연대는 마리우폴에서 군의관으로 활약하며 다친 군인과 민간인을 치료하던 알리사의 엄마 빅토리아 오비니다가 러시아군에 적발돼 이주민 임시 캠프인 ‘여과 수용소’로 끌려갔다고 전했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지역에 설치된 여과 수용소./출처=타스통신 연합뉴스 자료사진

알리사의 엄마도 여과 수용소로 끌려간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 아조우 연대는 9일 “알리사의 엄마는 행방불명”이라면서 “전 세계 공동체가 합심해서 알리사를 어머니 품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읍소했다.
알리사의 엄마도 여과 수용소로 끌려간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 아조우 연대는 9일 “알리사의 엄마는 행방불명”이라면서 “전 세계 공동체가 합심해서 알리사를 어머니 품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읍소했다.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탈출, 안전지대인 자포리자로 피란한 4세 알리사가 겁먹은 눈으로 주위를 살피고 있다./출처=로이터 연합뉴스

일단 마리우폴을 탈출해 자포리자로 간 알리사는 앞으로 친척과 지낼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의회 인권감독관 류드밀라 데니소바는 “자포리자 군사 관리국 직원이 소녀를 임시 보호하고 있다. 수소문 끝에 찾은 친척에게 곧 소녀를 인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출처=류드밀라 데니소바
그는 이어 “러시아군은 유엔아동권리협약과 제네바협약에 의해 보장된 우크라이나 어린이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니소바 감독관은 유엔인권이사회(UNHRC) 조사위원회를 향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기간 발생한 우크라이나 아동 권리 침해를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10일(현지시간) 러시아군 폭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출처=아조우연대
현재도 러시아군은 제철소에 맹폭을 퍼부으며 아조우 연대를 압박하고 있다. 일각에선 화학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마리우폴 시의회 올렉산드르 라신 시의원은 9일 소식통을 이용해, 러시아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해 제철소를 장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마리우폴을 장악하면 러시아는 2014년 강제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잇는 육상 회랑을 완성하게 된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