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함대’도 피했다…AI 드론 흑해 장악하다

러 제재 회피 유조선까지 표적…AI 드론전, 흑해 해전의 새 시대

thumbnail -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GUR)이 운용하는 해상드론 ‘마구라 V7’. 공대공 미사일을 개조 탑재한 채 작전 중인 모습이다. 2025년 12월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한 비공개 해역에서 촬영됐다.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GUR)이 운용하는 해상드론 ‘마구라 V7’. 공대공 미사일을 개조 탑재한 채 작전 중인 모습이다. 2025년 12월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한 비공개 해역에서 촬영됐다. AP 연합뉴스


흑해 전선의 주도권이 ‘드론 함대’로 넘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운용하는 해상 무인 드론이 러시아 흑해함대를 사실상 봉쇄하며 전통적 해군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보국(GUR) 산하 그룹 13의 지휘관은 7일(현지시간) 공개된 AP통신 인터뷰에서 “러시아 함대는 항구 밖으로 거의 나오지 못한다”며 “내년엔 더 복잡한 공격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호출명 ‘13번째’(트리나드샤티·13th)로 불리는 그는 “우리는 적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대형 격침은 줄었는데 이는 러시아가 우리 전술에 적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구라’ 드론의 진화…자폭·충돌형에서 자율 전투체계로
thumbnail -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GUR)이 운용하는 해상드론 ‘마구라 V7’. 공대공 미사일을 개조 탑재한 채 작전 중인 모습으로, 2025년 12월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비공개 해역에서 촬영됐다.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GUR)이 운용하는 해상드론 ‘마구라 V7’. 공대공 미사일을 개조 탑재한 채 작전 중인 모습으로, 2025년 12월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비공개 해역에서 촬영됐다. AP 연합뉴스


그룹 13이 운용하는 핵심 플랫폼은 ‘마구라’ 시리즈다. 이 중 V5는 소형 충돌형(자폭형) 드론으로 고속 접근 후 폭발하도록 설계됐고 V7은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대형 무장형으로 장거리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AP통신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시연에서는 V7 기체에 미국제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을 개조해 탑재한 장면도 포착됐다. 이는 단순한 수상 공격용 무인체계를 넘어 공중 위협까지 대응할 수 있는 다목적 해상전 플랫폼으로의 발전을 의미한다.

GUR은 지난 5월 마구라 드론이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했다고 밝혔으며 이를 “해상에서 공중 표적을 제거한 세계 최초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해군과 공군 교리의 경계를 허문 ‘전장 융합’의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AI가 조종사 대신 목표 탐색…“드론이 판단하는 전장”
thumbnail -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GUR)이 운용하는 해상드론 ‘마구라 V7’. 공대공 미사일을 개조 탑재한 채 우크라이나의 비공개 해역에서 작전 중인 모습이다. 2025년 12월 6일 촬영.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GUR)이 운용하는 해상드론 ‘마구라 V7’. 공대공 미사일을 개조 탑재한 채 우크라이나의 비공개 해역에서 작전 중인 모습이다. 2025년 12월 6일 촬영. AP 연합뉴스


트리나드샤티 지휘관은 “현재 목표 탐색은 조종사와 인공지능(AI)이 함께 수행하지만 곧 드론이 스스로 목표를 찾고 민간·군용 선박을 구별하며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은 수천 시간 분량의 작전 영상과 센서 데이터를 축적했고 이를 AI 모델 학습에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기술적 진화는 ‘자율 해상전’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AI가 표적을 자동 인식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며, 통신이 끊겨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면 인명 손실 없이 지속적인 타격이 가능해진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AI 드론 통합은 미군이 추진 중인 ‘자율 함대’ 개념을 실전에 앞서 구현한 사례”라며 “비용 대비 전투 효율이 비약적으로 높은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대응: ‘잠복·은폐’ 전략으로 전환과거 세바스토폴항을 중심으로 대규모 작전을 벌이던 러시아 흑해함대는 이제 대부분의 시간 항구 안에 머물러 있다. 우크라이나 해상드론의 항속거리가 800㎞에 달하면서 러시아는 항만 방어망 강화·기만 부표 설치·전자전(EW) 장비 배치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해군은 미사일을 발사한 뒤 곧바로 후퇴하는 등 실질적 해상 작전 능력을 제한받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트리나드샤티는 “바다로 나서지 못하는 함대를 유지하는 건 전략적 패배와 같다”고 지적했다.

‘경제 전쟁’으로 확장…러 제재 회피 유조선도 표적
thumbnail - 튀르키예 해양총국이 공개한 사진으로, 2025년 11월 2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보스포루스 해협 인근 흑해에서 폭발로 화염과 짙은 연기가 치솟는 러시아 ‘그림자 함대’ 소속 유조선의 모습. 튀르키예 해양총국 제공·EPA 연합뉴스
튀르키예 해양총국이 공개한 사진으로, 2025년 11월 2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보스포루스 해협 인근 흑해에서 폭발로 화염과 짙은 연기가 치솟는 러시아 ‘그림자 함대’ 소속 유조선의 모습. 튀르키예 해양총국 제공·EPA 연합뉴스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 해상드론은 러시아의 제재 회피용 석유 수송선, 이른바 ‘그림자 함대’를 타격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조선 ‘카이로스’와 ‘비라트’가 공격받아 손상되었으며 이는 러시아의 원유 수출망을 직접 겨냥한 작전으로 해석된다. AP통신은 이를 “우크라이나가 군사 작전에서 경제 기반까지 영향력을 확장한 상징적 타격”이라고 전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해상드론이 이제 단순 무기체계를 넘어 러시아의 에너지 수송·무역 루트를 마비시키는 ‘경제 억제 수단’으로 진화했다”고 평가했다.

나토와 손잡은 ‘혼합 전’…공중·수상·잠수형 드론 통합 구상
thumbnail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5년 11월 21일(현지시간) 키이우 집무실에서 프랑스 대통령, 영국 총리, 독일 총리와의 전화 통화 중 발언을 듣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5년 11월 21일(현지시간) 키이우 집무실에서 프랑스 대통령, 영국 총리, 독일 총리와의 전화 통화 중 발언을 듣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내년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들과 드론 공동생산 및 훈련 체계 구축에 착수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그리스 방문 중 해상 무인기 공동개발과 해양 위협 정보공유 협정을 체결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공중드론·해상드론·잠수 드론을 연동하는 ‘혼합(MUM-T) 작전’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구상이 실현되면 우크라이나 드론 전력은 흑해를 넘어 아조우해·카스피해까지 확장될 수 있다. 즉 단일 전장 중심의 ‘국지형 무기’에서 다층 작전이 가능한 ‘전역형 자율 함대’로 진화하는 셈이다.

“정체 단계지만, 주도권은 여전히 우리”트리나드샤티 지휘관은 “지금은 일시적 정체기일 뿐 효과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여전히 적을 바다에 묶어두고 있으며 그것이 우리의 전략적 성과”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해상드론이 “병력 없는 전장, AI가 지휘하는 해전”의 가능성을 실증했다고 평가했다.

전통적 ‘함정 대 함정’ 교전이 아닌 ‘AI 대 알고리즘’의 전장이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해상드론은 그 선두에서 세계 해군 교리의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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