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얼굴 1달러’ 논란…美 민주, “공화국에 왕은 없다”
윤태희 기자
입력 2025 12 10 13:37
수정 2025 12 10 13:37
현직 대통령 초상화 논란 확산…美 민주 “공화주의 원칙 수호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2월 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마운트 포코노의 마운트에어리 카지노 리조트 유세에서 연설을 마친 뒤 음악에 맞춰 손짓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SNS에서 확산된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 1달러 주화 디자인 초안. AP 연합뉴스·엑스 계정(@TreasurerBeach)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1달러(약 1470원)짜리 기념주화 발행을 놓고 정치권이 정면 충돌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기념하는 동전은 미국의 공화정 전통을 훼손한다”며 이를 막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9일(현지시간)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제프 머클리(오리건), 캐서린 코테즈 매스토(네바다), 론 와이든(오리건), 리처드 블루먼솔(코네티컷) 등 민주당 상원의원 4명이 살아있는 대통령이나 현직 대통령의 초상을 미국 통화에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공동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머클리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기념하려는 행동은 김정은 같은 독재자나 할 법한 권위주의적 행위”라며 “미국은 군주국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을 독재자의 우상화에 쓰이게 둘 수 없다”고 직격했다.
코테즈 매스토 의원도 “왕들은 자신의 얼굴을 동전에 새겼지만, 미국에는 지금도 앞으로도 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법안의 신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 트럼프 얼굴 새긴 1달러 주화…재무부 추진에 의회 반발
미국 조폐국이 내부 검토 중인 건국 250주년 기념 1달러 주화 디자인 초안. 앞면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옆모습이, 뒷면에는 지난해 유세 중 총격을 받은 직후 주먹을 들어 올린 장면이 각각 새겨져 있다. 엑스 계정(@TreasurerBeach)
이번 법안은 미국 재무부 산하 조폐국이 추진 중인 건국 250주년 기념 1달러 주화 계획을 겨냥한다.
로이터통신과 폴리티코는 조폐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옆모습을 ‘자유’ 문구 위로 겹치게 배치한 초안을 최근 내부 검토를 통해 마련했다고 전했다. 뒷면에는 지난해 7월 대선 유세 중 총격을 받았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주먹을 치켜든 장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최종 확정된 안은 아니다”라며 논란을 진화했지만, 민주당은 “미국 역사상 현직 대통령의 얼굴을 화폐에 새긴 전례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 “헌법 정신 훼손” vs “기념주화는 예외”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전경. 미 상원이 2025년 11월 10일(현지시간) 정부 셧다운 종료 법안을 가결한 직후 촬영된 모습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은 건국 이후 현직이나 생존 전직 대통령의 얼굴을 유통 화폐에 새기지 않는 전통을 지켜왔다. 과거 대통령 시리즈 주화에도 ‘사망 후만 가능’이라는 규정을 명시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전통을 근거로 “트럼프 동전은 헌법이 지향하는 공화주의 정신을 훼손한다”고 주장하며 발행 철회를 요구했다.
반면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기념주화는 법적으로 예외로 간주돼 왔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팩트체크 매체 폴리티팩트는 “생존 인물이 기념주화에 등장한 사례가 없지는 않다”며 “이번 법안이 통과되느냐가 향후 기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공화당 “표결 계획 없어”…법안 통과 불투명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사우스다코타)는 법안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안이 실제로 통과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재무부와 조폐국에 공식 서한을 보내 트럼프 주화 계획을 철회하라고 거듭 압박했다.
머클리 의원은 “이 사안은 단순한 동전 디자인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독재의 경계에 관한 문제”라며 “우리가 어떤 나라로 남을지, 누구를 기념할지를 결정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윤태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