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진짜 K-방산 클래스” K2 전차, 안데스 간다
윤태희 기자
입력 2025 12 10 21:10
수정 2025 12 10 21:10
페루가 고른 전차, K2 흑표…‘K-방산 외교’ 중남미 첫 진출
K2 전차가 포신을 치켜들고 표적을 향해 사격하고 있다. 사진은 육군 11기동사단이 7월 강원 홍천군 매봉산 훈련장에서 실시한 실사격 훈련 장면으로, 중남미 수출형 K2 전차(페루형 K2)의 성능 기반이 된 국내 운용 사양이다. 연합뉴스
한국의 K2 전차가 유럽에 이어 중남미 무대에 진출하며 한국 방산 외교의 세 번째 축을 완성했다.
대통령실은 페루 육군이 사용할 지상 장비 195대 공급을 위한 총괄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합의서에는 K2 전차 54대와 차륜형 장갑차 141대가 포함됐다. 이는 단순한 수출 계약이 아닌 현지 생산·기술 이전·군수 지원 체계 구축까지 포함된 ‘전략형 협력 모델’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페루가 K-방산을 선택한 것은 기술력과 신뢰의 결과”라며 “양국의 협력을 통해 상생형 방산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럽·중동 이어 중남미로…‘K-방산 외교’ 확장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앞줄 왼쪽 세 번째)이 9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K2 전차 및 K808 차륜형 장갑차 공급 총괄합의서 체결식에서 호세 헤리 페루 대통령(가운데) 등 주요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합의로 한국형 K2 전차가 중남미 시장에 첫 진출했다. 현대로템 제공
이번 계약으로 한국은 유럽과 중동에 이어 중남미를 잇는 ‘K-방산 외교 삼각축’을 구축했다.
한국 방산은 폴란드·노르웨이로 유럽 시장을 넓히고, 사우디·UAE에서는 합동 생산 체계를 갖췄다. 이제 페루까지 교두보를 넓히며 글로벌 시장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국가 간 전략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산업·외교 연계형 수출로 평가된다.
대통령실은 “K2 전차가 유럽을 넘어 중남미에 진출한 것은 한국 방산의 신뢰와 브랜드 파워를 상징한다”고 밝혔다.
◆ 현지 조립·기술 이전, “페루형 K2 만든다”
K2 전차가 강원 홍천군 매봉산 훈련장에서 열린 육군 11기동사단 실사격 행사에서 사격장을 향해 기동하고 있다. 사진은 한국군이 운용 중인 K2 전차의 현장 훈련 모습으로, 이번에 페루 수출형(K2PE) 개발의 기반이 된 모델이다. 연합뉴스
페루 국영 방산 기업 페루 육군 조병창(FAME S.A.C.)은 한국 현대로템과 협력해 전차·장갑차 조립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페루는 일부 차량을 현지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며 기술 이전·정비 교육·부품 국산화 비율 확대 등 장기 협력 체계를 병행한다.
로이터 통신은 “한국이 페루에 공급하는 195대의 전차와 장갑차는 중남미 방산 거래 중 최대 규모”라며 “현지 생산 비중이 높아 페루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 ‘페루형 K2’의 등장…고산지·열대우림 맞춤형 개량 예상
페루 리마에서 열린 국제 방산전시회 ‘SITDEF 2025’ 현대로템 부스에 전시된 K2 전차. 한국형 K2는 이번 페루 지상장비 합의를 계기로 중남미 시장에 첫 진출했으며, 현지 생산과 맞춤형 개량을 통해 ‘페루형 K2’로 진화할 예정이다. 조나 밀리타르 제공
전문가들은 이번 계약이 단순한 수출을 넘어 ‘페루형 K2’(가칭 K2PE)라 불릴 새로운 개량형 전차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페루는 해안 저지대부터 아마존 열대우림, 안데스 산맥의 고산지대까지 다양한 기후와 지형을 보유해 기존 K2와는 다른 설계 조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최현호 군사 커뮤니티 ‘밀리돔’ 대표는 “페루는 해안부터 해발 3000미터가 넘는 고지 작전 환경까지 다양한 조건에서 작전을 할 수 있도록 K2 전차를 일부 조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고지대 작전을 대비해 엔진 출력과 냉각 효율을 강화하고 현가 장치 및 차체 하부 방호력을 높이는 개량형 구동계가 검토되고 있다.
또한 장거리 운용을 고려한 연료 효율 개선, 열대 환경 대응형 전자 장비 및 방습 처리 등도 반영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 현지 산업 동반 성장…“수출 아닌 산업 협력”
K2 전차는 1500마력의 엔진을 탑재하고 3명이 탑승하며 주무장은 120㎜ 55구경장 활강포다. 또한 C4I(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 연동 전장관리 시스템을 적용해 실시간 전투 지휘가 가능하며 운용국의 요구사항에 따라 일부 사양은 조정될 수 있다. 현대로템 제공
이번 협력의 핵심은 단순한 장비 공급이 아니라 산업 공동 성장 모델이다.
페루 현지 공장에서 부품 국산화 비율을 점진적으로 높이고 유지 보수·교육 훈련까지 자립화하는 구조를 추진한다.
이는 페루가 단순 구매국을 넘어 ‘K-방산 동반국’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 ‘K-방산 외교’ 지속 확장 전망
한국은 이미 유럽·중동·중남미를 잇는 3대 방산 외교 축을 공고히 했다.
정부는 향후 해군·항공 장비 분야까지 협력을 확대하고 방산 외교를 통한 ‘전략 동맹형 산업 협력’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윤태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