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찢기 한 번에 무너졌다’…미스 유니버스 출전 핀란드 미녀의 추락
윤태희 기자
입력 2025 12 14 12:36
수정 2025 12 14 12:36
“아시아인 비하 제스처 논란 확산…핀란드 조직위 ‘국가 대표의 책임 다하지 못했다’”
왼쪽은 소셜미디어에 퍼져 논란이 된 사진. ‘미스 핀란드’ 사라 자프체가 눈꼬리를 손가락으로 당기는 모습이 담겼다. 오른쪽은 2025년 12월 11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한 자프체의 모습. (왼쪽 사진=조델 게시물 캡처, 오른쪽=AP 연합뉴스)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출전했던 미스 핀란드가 인종차별 논란으로 왕관을 박탈당했다.
핀란드 미인대회 미스 핀란드 조직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아시아인 비하 제스처로 비판받은 사라 자프체(22)의 타이틀을 회수하고 2위였던 타라 레흐토넨(25)에게 새 왕관을 수여했다고 발표했다. 조직위는 “국가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인종차별은 어떤 형태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스 유니버스 2025 대회 공식 환영 행사에서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 미스 핀란드 사라 자프체(가운데).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120개국 대표가 참가했으며, 결선은 2025년 11월 21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렸다. EPA 연합뉴스
핀란드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자프체는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직후 박탈 통보를 받았다. 미스 핀란드 조직위 대표 수네바 쇠그렌은 “이번 결정은 가볍지 않았지만 불가피했다”며 “대회를 대표하는 사람은 그에 맞는 행동과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프체는 지난달 말 SNS에 눈꼬리를 손가락으로 당기는 사진을 올리며 “중국인과 함께 식사 중”이라는 핀란드어 자막을 붙여 동아시아인을 조롱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이후 “두통으로 관자놀이를 문지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진정되지 않았다.
논란이 커진 것은 이른바 ‘핀에어 비즈니스석 영상’이었다. 그는 “사람들은 혐오를 퍼붓지만 나는 비즈니스석에 있다”는 취지의 말을 남겨 오만하다는 반응이 이어졌고, 해당 영상은 결국 삭제됐다.
◆ “열 번 생각하고 올리겠다”…눈물의 사과에도 여론은 싸늘
미스 핀란드 왕관을 박탈당한 사라 자프체가 2025년 12월 11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프체는 12월 8일 인스타그램에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줬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이어 “앞으로는 어떤 게시물이라도 열 번 생각하고 올리겠다”며 당분간 SNS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조직위는 내부 논의 끝에 “대회 가치인 존중·평등·책임의 원칙을 위반했다”며 11일부로 자프체의 자격 박탈을 확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자프체는 단순히 왕관뿐 아니라 1년간 제공되는 공식 지원과 홍보대사 자격을 모두 잃었다.
미스 핀란드 우승자는 본래 조직위와 연간 계약을 맺고 현금 상금 및 연간 활동비, 숙소와 차량 지원, 화장품·패션 브랜드 후원, 방송·광고·행사 출연 기회, 미디어 교육 및 국제행사 참여 등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이로써 자프체는 재정적 보상뿐 아니라 ‘핀란드를 대표하는 홍보대사’로서의 지위와 활동 이력까지 잃은 셈이다.
◆ 새 미스 핀란드 타라 레흐토넨 “품위 있게 임하겠다”
새 미스 핀란드 타라 레흐토넨(왼쪽)이 2025년 12월 11일(현지시간) 헬싱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왕관을 쓴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은 전(前) 미스 핀란드 사라 자프체. AP 연합뉴스
왕관은 2위였던 타라 레흐토넨에게 즉시 승계됐다. 그는 “연초가 아닌 해 중반의 비전통적 시작이지만 주어진 기회를 책임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행사장에서 포옹하며 짧게 인사를 나눴고 레흐토넨은 “SNS는 중립적으로 사용하며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했다.
핀란드 언론은 “재임 중 왕관이 교체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라며 “국내외에서 논란이 커진 만큼 ‘국가 대표의 자리’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쇠그렌 대표는 “사라 역시 성장할 기회를 얻길 바란다”며 “이번 결정을 통해 대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공허한 구호가 아님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윤태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