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보다] 러, 흑해 해군기지 경계 보초에 ‘스파이 돌고래’ 투입 정황
권윤희 기자
입력 2022 05 01 15:26
수정 2022 05 01 15:26

2022년 4월 29일(현지시간) 크림반도 세바스토폴항 입구에 돌고래 우리가 설치돼 있다. 맥사 테크놀로지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위성사진 분석 결과 러시아는 2월 말 개전 직후 세바스토폴 해군기지 부근에 돌고래 우리 2개를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USNI뉴스는 전했다.
세바스토폴은 러시아 해군 흑해함대의 모항으로, 이번 전쟁에서 중요한 침공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흑해에서 전략적 가치가 가장 큰 러시아 해군 시설로, 값비싼 군함 여러 대가 정박 중이다.

2022년 4월 29일(현지시간) 크림반도 세바스토폴항 입구에 돌고래 우리가 설치돼 있다. 맥사 테크놀로지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2022년 4월 29일(현지시간) 크림반도 세바스토폴항 입구에 돌고래 우리가 설치돼 있다. 맥사 테크놀로지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는 냉전 시대부터 이른바 ‘전투 돌고래 부대’를 운영했다. 적군 잠수부나 기뢰를 탐지하고, 바닷속에서 특정 물품을 회수하는 작전에 돌고래 부대를 투입했다.
돌고래 부대는 소련 붕괴와 함께 1990년대 공식적으로 해산됐다. 세바스토폴항에서 약 10㎞ 떨어진 카자챠 부크타 마을 돌고래 부대 훈련 시설도 우크라이나에 귀속됐다. 2012년 예산 부족으로 존폐 위기에까지 몰렸던 해당 시설은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합병하면서 러시아에 통제권이 다시 넘어갔다.

2019년 4월 노르웨이 해안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장비’라는 문구가 적힌 카메라 벨트를 찬 벨루가가 발견돼 스파이 논란이 불거졌다./사진=AP 연합뉴스

2019년 4월 노르웨이 해안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장비’라는 문구가 적힌 카메라 벨트를 찬 벨루가가 발견돼 스파이 논란이 불거졌다./사진=AP 연합뉴스

2019년 4월 노르웨이 해안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장비’라는 문구가 적힌 카메라 벨트를 찬 벨루가가 발견돼 스파이 논란이 불거졌다./사진=AP 연합뉴스
당시 이 사안에 정통한 러시아 관계자는 가디언에 “우리 전문가들이 돌고래가 수중 음파를 탐지할 때마다 이를 군사 장비 계기판에 떠오르게 하는 새 장치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해군은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엔 예산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2019년 4월 노르웨이 해안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장비’라는 문구가 적힌 카메라 벨트를 찬 벨루가가 발견돼 스파이 논란이 불거졌다./사진=AP 연합뉴스

이처럼 러시아는 돌고래 등 해양 포유류를 군사 작전에 적극 활용했다. USNI뉴스 보도와 미국 인공위성업체 ‘맥사’가 제공한 인공위성 사진을 종합하면 러시아는 최근 세바스토폴 해군기지 안에도 돌고래 훈련 시설을 마련한 것으로 추정된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