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서 발굴된 3500년 전 12개의 잘린 오른손의 비밀 [핵잼 사이언스]
박종익 기자
입력 2023 04 06 16:19
수정 2023 04 06 16:19

이집트 아바리스의 힉소스 궁전에서 발굴된 ‘잘린 오른손’ 모습
지난 2011년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 잘린 손들은 약 3500년 전의 것으로 당시 고대 이집트를 지배했던 힉소스 궁전 앞 알현실 앞뜰에서 발굴됐다. 힉소스는 서아시아에서 기원한 인종으로 고대 이집트를 침략한 후 기원전 1650~1550년 경 이집트에 지배 왕조를 세웠다. 100년이 넘는 통치 기간 동안 힉소스 왕조는 아바리스를 수도로 정하고 철제 무기와 야금술 등을 도입해 이집트에 군사적, 경제적 발전을 가져왔다.

힉소스 궁전에서 3500년 전 묻힌 ‘잘린 오른손’이 무더기로 발굴됐다.
당시 이민족인 힉소스는 고대 이집트인의 사후 세계관에서 육체의 온전함이 생존에 필수적인 것이라 믿었다. 이 때문에 오른손이나 종종 머리, 귀 등을 잘라야 적군의 힘이 영원히 무력화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곧 12개의 잘린 오른손은 포로로 잡은 적군의 것으로, 이를 알현실에 둔 것도 궁전 방문객들에게 보여주는 섬뜩한 경고인 셈이다.
연구를 이끈 줄리아 그레스키는 "적군의 손을 자르는 것은 처벌이 아닌 일종의 트로피 수여식"이라면서 "이같은 관행은 무덤 비문 등에 새겨져 있었으나 그 물리적 증거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