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에서 도굴 당하지 않은 600년 전 치무문명 집단 무덤 발견 [여기는 남미]
입력 2026 09 14 14:57
수정 2026 09 14 14:57
과거 아메리카대륙에서 가장 큰 ‘진흙 도시’였던 찬찬 유적지에서 도굴되지 않고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는 집단 무덤이 발견됐다.
페루 언론은 13일(현지시간) 치무문명 엘리트 계층의 것으로 보이는 집단 무덤에서 다수의 부장품과 함께 유골 38구가 발굴됐다고 보도했다. 학계는 발견된 집단 무덤을 최소한 600년 전의 것으로 보고 있다.
무덤이 발굴된 곳은 페루 수도 리마로부터 북쪽으로 약 500㎞ 지점에 위치한 찬찬 유적지다. 찬찬은 900~1450년 번성했던 치무문명의 수도였던 곳이다. 찬찬은 치무문명 원주민 언어로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집단 무덤은 중앙의 묘실과 양쪽 측면에 붙어 있는 묘실 등으로 구분돼 있었다. 중앙 묘실에 안장된 유골 20구와 측면 묘실에 누워 있던 유골 18구 등 발굴된 유골은 모두 38구였다.
무덤에선 정교하게 만든 장신구와 용기, 장식물 등 부장품 200여 점이 발굴됐다. 용기와 장식물에는 치무문명이 신성한 색깔로 여겼던 주홍색 안료로 꾸며져 있었다. 학계는 치무문명에서 주홍색은 귀족 등 엘리트 계층만 사용하던 색이라면서 무덤의 주인이 신분이 높은 지도급 인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집단 무덤은 도굴을 당하지 않은 온전한 상태로 발견돼 학계의 흥분을 자아냈다. 고고학자 호르헤 메네세스는 “지금까지 발견된 치무문명의 무덤은 도굴과 약탈을 당해 원래의 모습이 훼손돼 있었다”면서 “최소한 600년이 지났지만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는 유골과 유물을 연구할 수 있게 된 건 역사적인 기회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무덤에서 나온 유물에선 치무문명이 잉카문명과 활발하게 교류했다고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 포착됐다. 손잡이가 달린 병 등 발굴된 용기에는 잉카문명의 문화적 영향으로 볼 수 있는 흔적이 남아 있었다. 고고학계 일각에선 치무문명이 잉카문명과 교류했고 이후 잉카문명에 병합되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엘리트 계층의 것으로 보이는 무덤이 발견되면서 현지 고고학계에선 추가 발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적지 찬찬에는 약 20㎢에 걸쳐 성벽으로 둘러싸인 10개의 궁전이 있었고 전성기 때 인구는 약 3만 명에 달한 것으로 추정돼 온전한 상태의 유적이 아직 남아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굴된 집단 무덤은 찬찬에서 가장 큰 성벽 구역 안에 위치해 있었다. 지금까지 이 성벽 구역에서의 조사와 발굴은 75% 진행돼 아직 25%가 미발굴 상태다. 현지 언론은 “앞서 지난 2021년 찬찬 유적지에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모두 25명이 안장된 집단 무덤이 발견된 데 이어 이번엔 훨씬 규모가 큰 집단 무덤이 발견돼 소중한 유적 발굴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찬찬문명 유적지는 1986년 등재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임석훈 남미 통신원 juanlimmx@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