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건 경고 전화 받았다” 테러협박 받던 페루 주지사 후보 총격 사망 [여기는 남미]
입력 2026 09 21 16:39
수정 2026 09 21 16:39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페루에서 40대 여성 주지사 후보가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기자 출신인 그는 최근 테러 협박을 받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고발한 바 있어 치안 당국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페루 언론은 20일(현지 시간) 수시 이사벨 아폰테 폴로(44) 아카시 주지사 후보가 전날 오후 아카시주 지방 도시 카라스의 한 시장을 방문해 선거운동을 하다가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시장 유세에 동행한 측근과 지지자 등 5명은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한 목격자는 “폴로 후보가 시장을 돌면서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느닷없이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면서 “사람들이 피하기 시작해 순간 현장이 아비규환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인근의 통행을 막고 검문검색을 실시해 권총을 소지하고 있던 용의자를 검거했다. 이니셜만 공개된 용의자는 베네수엘라 국적의 30세 남자 청년이었다.
경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힐 것이라고 했지만 일각에선 예방할 수 있는 정치 테러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살해를 당한 폴로 후보가 여러 차례 테러 협박을 받고 있다고 고발했기 때문이다.
폴로 후보는 불과 며칠 전 “나를 노린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복수의 경고 전화를 받았다”면서 경찰에 신고를 했고 발신지를 추적해 보니 교도소에서 건 전화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신변 보호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페루 옴부즈맨은 “폴로 후보의 방문이 예정돼 있었지만 경찰이 충분하게 배치되지도 않았고 사건 발생 후 상인들과 주민들이 구조를 요청했지만 경찰이 늦게 도착했다고 한다”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극적인 정치 테러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후보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지 언론은 “폭탄 1000개를 갖고 있던 조직이 최근 검거되는 등 중무장한 범죄 조직이 늘고 있다”면서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들에 대한 경호를 강화하지 않은 경찰에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폴로 후보는 부패한 정치권의 실상을 고발해 온 탐사보도 전문 기자 출신이다. 그는 자신이 설립해 운영하던 매체를 통해 각종 부정부패 및 비리 의혹을 파헤쳐 고발하면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조직범죄와 범죄 카르텔의 이권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불법 채굴 사업도 그가 폴로 후보가 생전에 집중적으로 고발했던 현안이었다.
때문에 일각에선 폴로 후보를 눈엣가시처럼 여겨 온 정치권 일각이나 범죄 카르텔이 테러를 사주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측근은 “직접 나서서 망가진 정치를 바로잡으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폴로 후보가 아카시 주지사 직에 도전했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라면서 “하늘에서도 그가 민심을 받들지 못한 걸 원통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페루 지방선거는 다음 달 4일 실시된다.
임석훈 남미 통신원 juanlimmx@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