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동안 1500명…콜롬비아 무장 게릴라단체, SNS 통해 ‘어린이’ 모집 [여기는 남미]

thumbnail - 게릴라단체에 들어간 한 여자 어린이가 총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엘문도 캡처
게릴라단체에 들어간 한 여자 어린이가 총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엘문도 캡처


콜롬비아의 무장 게릴라단체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원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럴듯한 꼬임에 넘어가 범죄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원주민 공동체 취약계층 출신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현지 언론이 인용한 콜롬비아 옴부즈맨 보고서에 따르면 콜롬비아의 게릴라 단체들은 2020년대 들어 조직원 모집에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타깃은 남녀 미성년자다.

게릴라단체들은 무장단체에서의 조직 생활을 매력적인 삶으로 미화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하는 한편 오픈 대화방이나 비공개 메시지를 통해 1대1 소통으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미혹한다고 한다. 옴부즈맨 보고서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최소한 어린이와 청소년 1500명 이상이 꼬임에 넘어가 게릴라단체로 들어갔다고 했다.

인권단체 관계자는 “군복 차림으로 총을 들고 산에서 이동하거나 훈련을 받는 모습이 미성년자들에겐 멋지게 보일 수 있다”면서 “여기에 돈까지 벌 수 있다는 등 온갖 감언이설을 더하면 미성년자들에겐 거부하기 힘든 매력적 유혹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적으로 궁핍한 가정 출신의 미성년자들은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보고서에 따르면 게릴라단체가 SNS를 이용해 가장 활발하게 미성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곳은 콜롬비아 남서부 카우카주다. 꼬임에 넘어간 피해자 대부분은 10~14세 어린이와 청소년으로 원주민 공동체 출신이었다.

게릴라단체에 들어간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정보 수집을 담당하거나 연락책 역할을 수행한다고 한다. 인질 감시나 마약 밀매 등에 투입되는 경우도 많다. 현지 언론은 “게릴라단체들이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해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분을 받지 않는 어린이들을 앞세우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게릴라단체들이 SNS에 공유하는 영상을 보면 게릴라가 된 남자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성인처럼 군사훈련을 받기도 한다. 여자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잔심부름을 하면서 식사를 준비하는 데 동원된다. 성추행이나 성폭행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한다.

게릴라단체의 실체를 본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탈출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게릴라단체들이 모집한 미성년자들을 고향으로부터 먼 지역으로 보내 타지에서 활동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가족이나 살던 마을과의 연락이 완전히 끊기고 사실상 고립 상태가 된다.

현지 언론은 유혹에 넘어가 게릴라단체에 들어간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사회의 평범한 구성원으로 돌아오는 건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힘든 일이라면서 국가 차원의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모집하려는 목적으로 게릴라단체가 공유하는 콘텐츠가 확산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석훈 남미 통신원 juanlim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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