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약가방 들어줄게요”…키 90㎝ 남편 업고 왕진 다닌 아내 [여기는 중국]

thumbnail - 중국에서 37년동안 의사 남편을 업고 왕진을 다닌 부인의 사연이 알려져 감동을 주었다. 홍싱신문 캡처
중국에서 37년동안 의사 남편을 업고 왕진을 다닌 부인의 사연이 알려져 감동을 주었다. 홍싱신문 캡처


환자가 부르면 아내는 의사 남편을 등에 업었다. 비 오는 밤 진흙길에서 넘어져 다쳐도 환자에게 가는 일을 먼저 생각했다. 중국에서 37년째 마을을 지켜온 키 90㎝ 의사와 그의 왕진길을 함께한 아내의 사연이 공개돼 누리꾼에게 큰 감동을 줬다.

27일 중국 홍싱신문에 따르면 장시성 간저우시 위두현 옌강촌의 농촌 의사 샤오주린(62)은 최근 온라인에서 다시 주목받았다. 한 영상 제작자가 마을에서 그를 만나 소개한 것을 계기로, 오랜 진료 생활과 아내와의 스토리가 알려졌다.

샤오씨는 세 살 때 앓은 병으로 뼈 성장에 문제가 생겼다. 키는 90㎝에 머물렀고 다리도 변형돼 오래 걷기 어려웠다. 가정 형편까지 넉넉하지 않아 중학교를 졸업한 뒤 학업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는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외삼촌의 학비 지원을 받아 공부를 시작했다. 지역 보건소에서 진료를 배우고 보건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학교에서 3년간 교육받은 뒤, 스물다섯 살에 중국 농촌 지역에서 진료할 수 있는 ‘향촌의사’ 자격을 취득했다.

진료소를 열었다고 곧바로 환자가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처음 몇 달 동안은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는 공부를 계속하면서 주민들을 직접 찾아가 건강 관리 방법을 설명했다. 환자가 오면 정성껏 진료했고, 조금씩 신뢰를 쌓았다.

아내와의 인연도 왕진에서 시작됐다. 1990년 부인 황씨의 할머니가 아파 샤오씨가 집을 찾았다. 성실하게 환자를 돌보는 모습을 지켜본 할머니가 손녀와의 만남을 주선했다.

샤오씨는 자신의 몸이 상대에게 짐이 될까 걱정했다. 황씨에게 자신과 만나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달랐다.

“평생 당신의 약가방을 들어줄게요.”

결혼 후 황씨는 남편의 왕진을 도왔다. 가까운 곳은 함께 걸었고, 먼 곳은 전동 이륜차에 태워 갔다.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길에서는 남편을 업었다.

샤오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지난해 어느 날 밤의 왕진을 떠올렸다. 자신을 업고 가던 아내가 진흙길에서 넘어졌고, 옷에는 진흙과 피가 묻었다. 남편이 집에 돌아가 상처부터 치료하자고 했지만, 아내는 환자를 먼저 보러 가자고 재촉할 정도로 자신의 일에 진심이었다.

두 사람의 집은 진료소이자 주민들의 사랑방이 됐다. 앞쪽에서는 아내가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주민들은 약을 받거나 진료를 기다리며 부부와 이야기를 나눴다.

샤오씨는 고혈압·당뇨병 환자들의 상태를 수첩에 기록하고 정기적으로 집을 찾아 혈압과 복약 여부를 확인해 왔다. 노인 시설을 찾아 무료 진료도 했다.

최근에는 이동용 휠체어를 이용하면서 외출이 한결 수월해졌다. 그래도 차량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여전히 아내의 도움이 필요하다. 샤오씨는 건강이 허락하고 주민들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한 진료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민정 중국 통신원 ymj024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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