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가족 사진 [으른들의 미술사]

thumbnail - 저자 미상, ‘촐먼들리 레이디스’, 1600-1610, 패널에 유채, 88.6x 172.3㎝, 테이트 브리튼
저자 미상, ‘촐먼들리 레이디스’, 1600-1610, 패널에 유채, 88.6x 172.3㎝, 테이트 브리튼


●침대 위에 앉은 귀족 부인들

그림을 처음 보면 눈을 의심하게 된다. 똑같은 옷을 입은 두 여성이 침대에 나란히 앉아 있다. 두 사람 모두 화려한 레이스 장식을 머리에 쓰고 보석 목걸이를 하고 있다. 무릎에는 빨간 천으로 꽁꽁 싸맨 아기를 한 명씩 안고 있다. 표정도 비슷하고 자세도 비슷하다. 마치 400년 전 포토샵으로 복붙, 즉 복사하고 붙여넣기한 것마냥 똑같다. 그런데 이 그림에는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두 여성이 앉아 있는 곳이 의자도, 궁전의 화려한 방도 아닌 바로 침대라는 점이다.

영국의 이름 모를 화가가 1600~1610년쯤 그린 이 그림은 현재 런던 테이트 브리튼이 소장하고 있다. 그림 왼쪽 이불 위에는 두 여인이 “같은 날 태어나고, 같은 날 결혼했으며, 같은 날 아이를 낳았다”는 설명까지 적혀 있다. 당시 귀족 여성의 초상화에서 침대는 매우 사적인 공간이었다. 그런데 화가는 이 은밀한 장소를 마치 공식적인 초상화의 무대처럼 바꾸어버렸다. 두 여인은 편안하게 누워 있지도 않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관람자를 똑바로 바라본다. 그런데 같은 날 태어나 같은 날 결혼하고 같은 날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이상한 그림

그림이 더욱 기묘해지는 이유는 왼쪽 이불 위에 적힌 문장 때문이다. “촐먼들리 가문의 두 여인은 같은 날 태어나고, 같은 날 결혼했으며, 같은 날 아이를 낳았다”는 내용이다. 생일도 같고 결혼식도 같고 출산까지 같은 날이었다니 그 내용이 지나치게 이상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들이 쌍둥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두 사람은 완전히 똑같지 않다. 한 여성의 눈은 푸른빛이고 다른 여성의 눈은 갈색이며, 레이스와 목걸이의 형태도 조금씩 다르다. 아기들의 눈 색깔 역시 각각 어머니와 같다.

두 여성의 정확한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촐먼들리 가문의 여성들이라는 사실만 그림 속 문장이 알려 준다. 연구자들은 이들이 촐먼들리 가문의 자매였을 가능성을 제시해 왔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 그림의 구성이 당시 일반적인 초상화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다. 두 여성과 아기가 좌우로 정확하게 대응하면서 화면은 거의 거울처럼 구성된다. 실제로 이 자세는 당시 영국 초상화에서 매우 독특했으며, 오히려 동시대의 장례 조각에서 볼 수 있는 표현 방식과 연결된다.

●가족사진인가

그렇다면 화가는 왜 굳이 두 여성을 이렇게 똑같이 그렸을까. 이 그림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성격이나 표정이 아니다. 두 여성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보다 가족의 혈통과 결혼, 출산을 보여주는 상징처럼 등장한다. 흰색 옷과 창백한 피부, 화려한 레이스와 보석은 신분과 가문의 품격을 드러내고, 두 여성이 각각 안고 있는 아기는 가문의 혈통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1600년 무렵의 누군가가 자신의 가족을 영원히 남기기 위해 그린 그림은 40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에게 오히려 낯설게 다가온다. 이상하게도 우리는 자꾸 둘의 차이를 찾아보게 된다. 결국 이 그림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이 그림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 그림에는 네 명의 인물과 한 명의 화가가 등장하지만, 화가도, 모델의 정체도 모두 안개 속에 남아 있다.

이미경 연세대 연구교수·미술사학자 bostonmura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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