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틱 AI 틈새시장 노린다…인텔 ‘크레센트 아일랜드’ 공개 [고든 정의 TECH+]
입력 2026 10 15 15:25
수정 2026 10 15 15:25
인텔 제공
현재 인공지능(AI)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 대부분은 엔비디아가 장악한 가운데, AMD가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도전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구글은 자체 AI 가속기인 ‘TPU’를 사용하고 있고, 제재로 인해 미국에서 AI 칩 수입이 금지된 중국에서는 화웨이의 ‘어센드’ 시리즈나 알리바바의 ‘젠우 V900’ 같은 자체 AI 가속기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AI 가속기 시장을 노려온 인텔은 아직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엔비디아·AMD의 최고 성능 카드와 정면 승부를 하기보다, ‘용량과 효율’이라는 틈새를 공략하는 전략으로 시장에 새롭게 도전하고 있습니다.
인텔은 지난 12일 OCP 글로벌 서밋에서 ‘크레센트 아일랜드’(Crescent Island)를 공개하고 이를 이용한 첫 번째 PCIe AI 가속기인 ‘D270’을 공개했습니다. 이 칩은 Xe3P 아키텍처 기반의 추론 전용 데이터센터 GPU로, 학습용 가속기가 아닌 배포된 AI 모델 서비스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D270의 특징은 성능보다 낮은 전력 소모와 비용에 초점을 맞췄다는 데 있습니다. D270은 총 32개의 Xe3P 코어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노트북용 CPU인 팬서 레이크에 탑재된 Xe 코어의 AI 강화 버전입니다. Xe 코어는 8개의 벡터 엔진과 8개의 XMX 엔진을 탑재했는데 내장 그래픽 버전에 따라 4코어와 12코어 제품으로 나뉩니다.
D270의 Xe3P 역시 코어당 8개의 XMX 매트릭스 엔진을 탑재해 총 256개의 XMX 엔진을 지니고 있습니다. 숫자로 보면 노트북용 그래픽 엔진의 최대 3배를 넘지 못하는 수준으로 연산 성능 역시 FP8 기준 1.3 PFLOPS 수준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메모리 역시 LPDDR5x를 사용해 대역폭이 1.5TB/s 수준으로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 같은 최신 칩(최대 22TB/s)에 미치지 못합니다.
따라서 D270은 모델을 훈련시키거나 토큰을 빠르게 생성하는 작업에는 불리합니다. 절대적인 연산 능력도 낮고, 토큰 생성(디코드)에 가장 중요한 메모리 대역폭도 RTX 5090 같은 고성능 소비자용 그래픽 카드보다 낮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즘 강조되는 에이전틱 AI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에이전틱 AI는 한 번의 질문-답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에 걸쳐 도구를 호출하고, 중간 결과를 기억하며, 긴 컨텍스트를 유지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KV 캐시(이전 토큰의 키-값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가 급격히 커집니다. 수십만~수백만 토큰의 컨텍스트를 유지하거나 여러 에이전트를 동시에 운영하면, 메모리 용량이 대역폭보다 더 큰 병목이 됩니다.
D270은 160GB에서 최대 480GB까지 LPDDR5X를 탑재해, 단일 카드에 큰 모델과 긴 컨텍스트, 다중 세션의 KV 캐시를 한꺼번에 올릴 수 있습니다. 이는 HBM 기반 고성능 GPU에서 자주 발생하는 캐시 오프로드나 재계산을 크게 줄여 줍니다. 또한 350W의 낮은 전력과 공랭 설계 덕분에 24시간 365일 서비스를 운영할 때 전력·냉각 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인텔이 직접 “에이전틱 AI가 준비됐다”고 강조하며 ‘고용량 메모리와 지속 가능한 연산 성능’을 핵심으로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비싼 HBM4 메모리나 이보다 저렴해도 상대적으로 비싼 GDDR7 대신 LPDDR5x처럼 대중적인 메모리를 이용했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PCIe 규격의 공랭식 카드라는 장점을 감안하면 D270은 큰 AI 모델을 워크스테이션에서 돌리는 개인 전문가나 적은 비용으로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은 소규모 기업에서 유리한 제품으로 생각됩니다. 인텔은 현재 D270의 고객사 샘플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정식 출시는 내년으로 예상됩니다. 인텔의 주장처럼 에이전틱 AI에서 강한 경쟁력을 지닌 제품인지는 정식 출시 후 분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