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 찍으려다 광고만 20번…중국 노인들 울리는 ‘팝업 지옥’ [여기는 중국]
입력 2026 09 29 15:50
수정 2026 09 29 15:50
중국에서 휴대전화 팝업 광고가 사진 촬영과 통화까지 가로막고, 노인들의 실수로 누른 클릭을 유료 결제로 유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웨이보 캡처
공연을 찍으려고 휴대전화 카메라를 켰지만, 화면에는 광고만 쏟아졌다. 닫으려고 누를수록 또 다른 광고로 넘어갔고, 노인은 결국 사진 찍기를 포기했다.
29일 중국 치루완바오에 따르면 최근 안후이성 황산에서 공연을 촬영하려던 노인이 팝업 광고에 가로막혀 쩔쩔매는 모습이 온라인에 공개됐다. 카메라를 켜자 광고가 겹겹이 화면을 덮었고, 약 30초 동안 광고 화면이 20차례 가까이 바뀌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우리 부모님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기차에서 홈캠 영상을 확인하려던 노인이 다섯 차례나 광고 화면으로 넘어가 끝내 앱을 열지 못했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광고 때문에 전화조차 제대로 걸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한 이용자는 부모님이 새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 수 없다고 해 살펴봤더니, 통화 화면 위로 광고가 떠 번호판을 가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채팅 앱인 위챗을 사용하는 도중 전화가 걸려 오는 것처럼 꾸민 광고가 소리와 함께 반복 재생됐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현지 소비자 불만 접수 플랫폼인 ‘헤이마오’에는 보도 당시 팝업 광고와 관련된 민원이 2,800건 넘게 올라와 있었다.
문제는 광고를 닫는 과정에서도 다른 광고나 결제 화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닫기 버튼을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작게 만들거나, ‘×’ 표시를 눌러도 광고가 열리도록 꾸민 경우다. 일부 앱은 휴대전화를 조금만 흔들어도 쇼핑몰 등으로 연결돼 걷거나 이동하는 중에도 원치 않는 화면이 열렸다.
광고를 없애려다 자신도 모르게 앱을 다운로드하는 일도 생겼다. 닫기 버튼을 찾지 못한 노인들이 화면 이곳저곳을 누르는 사이 다운로드 버튼을 건드리는 것이다.
‘걸으면 돈 준다’더니…광고 보고 또 봐도 출금은 감감걸음 수만큼 현금으로 돌려주는 앱이라고 홍보해 노인들을 유혹했지만 실제로는 출석 체크나 게임으로 포인트를 모으는 방식이었고, 그때마다 광고를 봐야 했다. 매번 출금에 필요한 기준을 채우지 못해 돈을 받아 본 적이 없지만, 언젠가는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계속 앱을 이용하는 노인들이 늘어났다.
한 게임은 24시간 안에 100위안에 해당하는 포인트를 모으면 현금으로 바꿔 준다고 안내했다. 처음에는 빠르게 쌓이던 포인트가 갈수록 줄었고, 하루 종일 게임을 해도 목표 금액을 채우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되었다.
혜택을 준다며 오히려 결제를 유도하는 광고도 있었다. ‘200위안 통신요금 쿠폰 당첨’이라는 문구를 눌렀더니 99위안짜리 회원 서비스에 먼저 가입해야 했다. 다른 광고는 무료 선물을 주는 듯 안내하면서 작은 글씨로 월 10~60위안의 이용료를 표시했다.
게임을 일정 단계까지 마치면 돈을 준다고 해 놓고, 조건을 충족하자 다시 목표를 높이는 경우도 있었다. 이후 본인 인증 버튼을 누르면 출금 대신 유료 서비스 광고로 연결됐다.
이처럼 카메라나 통화 화면까지 광고가 덮는 이유에 대해 보안 전문가들은 백그라운드에서 실행 중인 앱이 다른 앱 위에 광고창을 띄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별도 설치 없이 실행되는 ‘퀵앱’ 기능이 광고 노출에 악용되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배후에는 광고주와 광고 중개업체, 앱 개발사가 연결된 수익 구조가 있다. 앱 개발사가 외부 광고 프로그램을 넣으면 광고업체가 이용자에게 어떤 광고를 언제 보여 줄지 정하고, 노출이나 클릭 등에 따라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중국에서는 팝업 광고에 닫기 표시를 명확히 하고 한 번에 닫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광고로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제재 부담이 작고, 이용자나 시간대에 따라 광고가 다르게 나타나 위반 사실을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설정 메뉴를 여러 단계 거쳐야 광고를 끌 수 있다면 노인들에게는 사실상 닫기 어려운 광고라며, 형식적으로만 종료 기능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민정 중국 통신원 ymj0242@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