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여자 [으른들의 미술사]



●제목이 된 모자

이 작품을 처음 보면 붉은 모자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커다란 붉은 모자가 화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그 아래에 작은 얼굴이 만화처럼 묘사되어 있다. 제목인 ‘개양귀비’는 모델이 쓴 붉은 모자 장식에서 비롯되었다.

키스 반 동겐(Kees van Dongen, 1877-1968)의 ‘개양귀비’ 속 모델의 눈은 만화 인형처럼 지나치게 크고 검게 강조되어 있으며, 코와 입은 또 너무 작다. 목은 길고 어깨는 가늘다. 이 그림은 실제 누군가의 초상이라기보다 화장을 진하게 한 인형이나 만화 캐릭터에 가깝다.

반 동겐은 1877년 네덜란드 델프스하펜에서 태어나 로테르담 미술학교에서 수학한 뒤 1897년 파리로 향했다. 몽마르트르에서 삽화가로 활동하던 그는 1905년 앙리 마티스, 앙드레 드랭, 모리스 드 블라맹크 등과 함께 야수주의의 중심에 섰다.

강렬한 색채와 대담한 형태로 유명했던 그는 이후 파리 상류사회의 여성과 패션을 그리는 초상화가로 명성을 얻었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새로운 여성상은 그의 중요한 소재가 되었다.

●소년미 나는 여인

이 그림 역시 그런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1965년 경매에서는 이 작품의 거칠고 화려한 색상 때문에 야수파 시기인 1906년경 작품으로 잘못 분류되었다. 모델은 짧은 머리, 짙은 화장, 대담한 표정을 짓는 새로운 여성, ‘가르송느’에 가깝다.

이른바 소년같은 여성을 가리키는 가르송느는 1920년대 프랑스에 등장한 새로운 여성상과 그에 따른 패션, 외모의 양식을 가리킨다. 1920년대 여성의 남성적, 중성적 외모와 패션을 가리킨다. 가르송느 패션은 짧게 자른 단발머리, 가늘고 곧은 몸매, 가슴과 허리의 곡선을 강조하지 않는 직선적인 옷에서 가져온 요소 등이 특징이다. 이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변화하면서 등장한 비교적 중성적이고 독립적인 여성 이미지와 연결된다.

소년미 나는 여성이라는 특징 때문에 1965년 소더비 경매에서는 ‘아이를 원하지 않는 부인’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그러나 휴스턴 미술관은 모자의 유행과 모델의 화장과 패션 등을 근거로 1919년경 작품으로 판단했다.

이 작품의 모델에 관해서는 이름이 확인되지 않았다. 작품을 소장한 휴스턴 미술관은 모델을 특정 인물로 밝히지 않고, 1920년대에 유행한 가르송 유형의 젊은 여성으로 설명한다. 단발머리와 짙은 화장, 가느다란 어깨, 당당한 표정이 당시 새롭게 등장한 신여성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상한 시대를 그렸다

이 그림에서 가장 이상한 부분은 눈이다. 검게 칠해진 커다란 눈은 아름답다기보다 어딘가 불편하다. 그런데 바로 그 불편함이 반 동겐의 의도와 맞닿아 있다. 그는 여성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화장, 조명, 패션, 자세를 과장해 당대 파리 여성의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냈다.

휴스턴 미술관은 이 과도하게 큰 눈이 1920년대 반 동겐이 반복해서 그린 독립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젊은 여성들의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작가는 1960년 당시 이 모델이 붉은 모자를 직접 선택했다고 회고하며, 여성은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낼 줄 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그림은 단순히 이상하게 생긴 여자를 그린 그림이 아니다. 너무 큰 눈, 너무 붉은 모자, 너무 작은 입은 전쟁 이전의 얌전한 여성상에서 벗어나려는 시대의 욕망을 보여준다. 이상한 것은 그림이 아니라, 막 등장하기 시작한 1920년대라는 새로운 시대였는지도 모른다.

이미경 연세대 연구교수·미술사학자 bostonmura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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