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336㎞를 65시간 만에…배달기사 출신 中 러너, ‘토르 데 제앙’ 대회 신기록 [여기는 중국]



중국의 배달기사 출신 트레일러너가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울트라 트레일 대회로 꼽히는 ‘토르 데 제앙’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우승했다.

20일 중국 펑파이신문과 대회 주최 측에 따르면 중국 선수 자오자쥐(31)는 지난 16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TOR330-토르 데 제앙(Tor des Géants)’에서 65시간 55분 22초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자오씨는 지난해 프랑스 선수가 세운 종전 기록을 약 13분 앞당기며 새로운 코스 기록을 세웠다. 2010년 대회가 시작된 이후 TOR330 정상에 오른 첫 아시아 선수이자 기록상 처음으로 66시간 벽을 깬 선수가 됐다.

올해 코스는 이탈리아 북서부 발레다오스타의 쿠르마예르를 출발해 알프스 산악지대를 한 바퀴 돌아오는 336㎞ 코스다. 누적 상승 고도는 약 2만 4000m에 달하며, 제한 시간은 150시간이다.

토르 데 제앙은 이탈리아 알프스 아오스타 계곡의 쿠르마예르에서 시작되는 세계에서 가장 힘든 트레일 레이스 중 하나다.

정해진 구간을 하루씩 나눠 달리는 방식이 아니라 참가자가 휴식과 수면 시간을 스스로 결정하는 논스톱 단일 스테이지 경기다. 휴식과 식사에 사용한 시간도 모두 경기 기록에 포함된다.

자오 선수는 출발 후 35시간 42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장시간 휴식을 취했다. 베이스에서 옷을 갈아입고 식사와 수면을 해결하는 데 약 50분을 썼지만, 실제로 잠든 시간은 20분가량이었다. 이후에도 10분 안팎의 토막잠으로 버텼다.

203.8㎞ 지점에서는 스위스 선수에게 선두를 내주기도 했다. 당시 자오자쥐는 “온몸이 너무 지쳤다. 지금은 기록보다 완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튿날 밤 다시 속도를 높여 선두를 되찾았고, 이후 격차를 벌리며 스위스 선수보다 약 1시간 먼저 결승선에 도착했다. 대회 공식 영상에는 현지 시간 오전 3시 55분 자오자쥐가 쿠르마예르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이 담겼다.

지난해 204㎞ 지점서 포기…1년 만에 정상자오자쥐에게 이번 대회는 두 번째 도전이었다. 지난해 처음 출전했지만 체력 고갈로 203.8㎞ 지점에서 경기를 포기했다. 당시 그는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며 다음 해 다시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출전을 앞두고는 “중국의 지구력 왕이 되고 싶다. 목표는 우승하거나 기록을 깨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한 셈이다.

1995년 구이저우성에서 태어난 자오자쥐는 전문 육상 선수 출신이 아니다. 어린 시절 후난성에서 자랐으며, 중학교를 마치기 전 학업을 그만뒀다.

15세 때 무술을 배우려고 후베이성 우당산을 찾았지만 학비가 없어 인근 식당에서 일하며 영상을 보고 혼자 무술과 격투기를 익혔다. 이후 우연히 항저우 마라톤 포스터를 본 것을 계기로 19세부터 달리기를 시작했고, 22세에 트레일러닝으로 종목을 바꿨다.

생계를 위해 배달기사로 일하던 시절에는 음식을 양손에 들고 직접 뛰어 배달했다. 그는 “한 달에 약 1500건을 배달했고 한 건당 2∼5㎞를 달렸다”며 체계적인 훈련은 아니었지만 체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트레일 대회에 출전한 그는 한때 매년 30∼40개 대회에 참가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울트라 트레일 대회인 ‘충리 168’에서 네 차례 우승했으며, 2021년 태국 바이 UTMB 인타논 6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자오자쥐는 이번 경기 직후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며 앞으로 168㎞를 넘는 극한 장거리 종목에는 출전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현지 누리꾼들은 “330㎞ 산길을 달리는 대회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거의 사흘 동안 평균 1㎞를 12분에 이동한 셈”, “배달기사 출신이 세계적인 대회의 역사를 새로 썼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민정 중국 통신원 ymj024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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