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박테리아 이어 ‘슈퍼 곰팡이’ 등장…감염병 위험 커진다 [핵잼 사이언스]

thumbnail - 배양된 칸디다 오리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제공
배양된 칸디다 오리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제공


항생제에도 듣지 않는 항생제 내성균은 21세기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큰 보건 위협으로 손꼽힌다. 지금까지는 감염 관리 및 환자 격리, 그리고 새로운 항생제 개발로 대응하고 있으나 항생제 개발 속도보다 감염균의 내성 발현 속도가 더 빠르고 여러 약물에 대한 내성을 지닌 다제 내성균도 확산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2050년까지 항생제 내성균 누적 사망자가 39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약물 내성 문제는 세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곰팡이(감염성 진균)에 의한 내성 역시 점차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항진균제 내성 곰팡이 가운데 최근 경고등이 켜진 종이 바로 ‘칸디다 오리스’(Candidozyma auris)이다.

칸디다 오리스는 2009년 일본에서 최초로 진단된 후 이제는 전 세계 60개국에서 보고되고 있으며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에서 치명적인 감염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최상위 위험 병원체’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긴급 위협 병원체’로 지정했으며 국내에서도 질병관리청이 올해부터 칸디다 오리스 감염증을 제4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해 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그런데 최근 아프리카에서 아졸계, 에키노칸딘계, 폴리엔계, 플루시토신계 등 4대 주요 항진균제 계열 모두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 내성 칸디다 오리스 균주가 새로 보고됐다. 이렇게 주요 항진균제 모두에 내성을 보이는 칸디다 오리스 균주는 뉴욕에 이어 두 번째인데, 연구 결과 전파된 것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내성을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케냐 의과학연구원(KEMRI)과 월터 리드 미 육군 연구소 아프리카 지부(WRAIR-Africa) 연구팀은 케냐 나이로비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던 28세 환자의 수술 부위 감염에서 이 내성 균주를 찾아냈다. 연구팀은 내성 균주의 유전자를 분석해 이 칸디다 오리스가 앞서 보고된 뉴욕 내성 균주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각각의 항진균제에 대한 내성을 보이는 유전자 돌연변이도 확인했다.

이렇게 주요 항진균제 4종에 대해 모두 내성을 보이는 칸디다 오리스 내성 균주는 약물 치료가 어렵다. 이것만으로도 문제지만, 이런 내성 균주가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못한 아프리카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번 보고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내성 균주 진단이 가능한 의료 기관이 많지 않고 의료 자원이 부족한 만큼 제때 환자를 격리하고 치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다른 대륙에서 독립적으로 내성 균주가 보고된 만큼 앞으로 어떤 국가에서도 새롭게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결국 내성 균주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항진균제 개발과 함께 항진균제 남용을 방지하고 내성 균주를 신속하게 동정하고 격리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역시 법정감염병 관리 외에도 평상시 적극적인 감시와 방역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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