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그래도 꾸준히 성장? 화웨이 AI 로드맵 공개 [고든 정의 TECH+]



최근 세간을 놀라게 만든 중국의 인공지능(AI) 서비스 ‘키미 K3’나 딥시크 ‘V4.1 플래시’, 알리바바 ‘Qwen 3.8’ 등은 모두 한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모델 크기와 관계없이 극도로 효율성을 높여 제한된 하드웨어에서 최대한 많은 토큰을 생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모델을 공개하기 때문에 실제로 전 세계 많은 사용자가 개인 컴퓨터나 클라우드, 그리고 내부 컴퓨터에서 이 모델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성능에 비해 하드웨어 자원을 매우 효율적으로 사용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 높은 인기의 비결입니다.

중국 모델의 효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금수 조치로 인해 연산 인프라를 확충하기 어렵다는 점에 있습니다. 엔비디아 칩 수급이 힘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연산 효율성을 높여야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최근 화웨이 같은 중국 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자체 AI 가속기인 ‘어센드’(Ascend) 시리즈를 공급하고 있긴 하나, 아직은 성능 면에서 엔비디아 칩과 상당한 격차가 있어 당분간 연산 효율화에 집중하는 구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화웨이도 가만히 있지 않고 어센드 신경망처리장치(NPU)와 이를 모아 구성한 클러스터인 아틀라스 슈퍼포드(Atlas SuperPod)를 꾸준히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최근 개최된 화웨이 커넥트 2026 행사에서는 앞으로 2029년까지 어센드 960DT/PR, 어센드 970, 어센드 980 칩에 대한 로드맵을 공개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중국 딥시크의 최고경영자(CEO)인 량원펑(Liang Wenfeng)은 이전 컨퍼런스 콜에서 중국의 컴퓨팅 자원이 부족하지만, 화웨이의 ‘아틀라스 950 슈퍼포드’가 엔비디아의 ‘GB300 NVL72 랙’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다만 4개의 어센드 칩이 있어야 GB300 한 개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공개된 수치를 보면 화웨이 어센드 칩이 GB300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여전히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내년 1분기에 화웨이는 차세대 제품인 ‘어센드 960DT’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 칩은 새로운 SIMD/SIMT 아키텍처를 채택해 FP32, HF32, FP16, BF16, FP8, MXFP8, HiF8, MXFP4 등 다양한 데이터 포맷을 지원합니다. 이 칩은 최대 2 PFLOPS(페타플롭스)의 FP8 연산 능력과 4 PFLOPS의 FP4 연산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288GB HBM 메모리와 9.6TB/s의 대역폭을 확보했습니다.

참고로 GB300의 dense FP4 연산 능력이 약 15 PFLOPS라는 점을 생각하면, 내년 출시할 어센드 960DT의 성능은 엔비디아 칩을 대체하기엔 아직 부족한 수준입니다. 따라서 화웨이는 수많은 어센드 NPU를 연결한 거대한 클러스터인 아틀라스 슈퍼포드를 개발했습니다. 엔비디아의 NVL72 랙 시스템이 72개의 GPU와 36개의 CPU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아틀라스 960E 슈퍼포드는 무려 4096개의 NPU를 고속 인터페이스로 연결해 최대 16 EFLOPS의 연산 성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화웨이 커넥트 2026에서 화웨이는 이렇게 많은 칩을 고속으로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연산 기계로 활용할 수 있는 신기술도 같이 공개했습니다. 예를 들어 고속 광학 인터페이스인 Hi-ONE 5500개를 적용해 기존 대비 전력을 550㎾나 절감했다고 합니다.

다만 그럼에도 전력 소모량은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기를 많이 먹는 HBM 메모리를 288GB나 장착한 데다, TSMC가 아닌 중국 파운드리인 SMIC의 공정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성능 대비 전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센드 칩을 사용한 아틀라스 슈퍼포드는 엔비디아의 NVL72 랙 시스템에 비해 전력 소모가 크고 유지비가 많이 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제재로 인해 엔비디아 칩 수급이 어려운 중국 내 AI 회사들은 선택의 여지가 제한된 상황에서 화웨이 칩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화웨이도 그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어센드 시리즈를 개발할 예정입니다.

화웨이는 2027년 1분기에 어센드 960DT를 출시한 후 3분기에는 추론 특화 버전인 960PR을 출시하고, 2028년에는 어센드 970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어센드 970은 3.6 PFLOPS FP8/14 PFLOPS FP4의 연산 능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29년 출시 목표인 어센드 980에서는 다시 스펙을 두 배로 늘려 7.2 PFLOPS FP8/28 PFLOPS FP4까지 성능을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계획대로 된다면 GB300은 따라잡을 수 있지만, 2029년까지도 베라 루빈의 50 PFLOPS FP4 성능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따라서 중국 AI 회사들은 다소 불리한 위치에 있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놀라운 연산 효율화를 통해 미국 프런티어 AI 모델에 강력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화웨이 역시 느리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미래에는 미국의 제재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AI 패권을 놓고 벌이는 싸움에서 쉽게 승자를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고든 정 과학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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